김광식 감독 “사회와 삶을 비춰보는 리얼한 오락영화 추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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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라시:위험한 소문’ 김광식 감독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광식 감독은 “199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사설정보지는 현재 4, 5개 정도 남은 걸로 파악된다”며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인터넷의 발달로 사설정보지도 단순 정보 전달보다 전망 분석에 치중한다”고 전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광식 감독은 “199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사설정보지는 현재 4, 5개 정도 남은 걸로 파악된다”며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인터넷의 발달로 사설정보지도 단순 정보 전달보다 전망 분석에 치중한다”고 전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20일 개봉한 ‘찌라시: 위험한 소문’은 소재로 눈길을 끄는 영화다. 제목 그대로 ‘찌라시’로 불리는 증권가 사설정보지의 제작과 유통 과정을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은 연예인 매니저 우곤(김강우). 그는 자신이 키운 여배우가 정치인과의 스캔들이 담긴 찌라시로 목숨을 잃자 유포자를 찾아 나서고, 그 과정에서 정재계의 거물과도 엮인다. 배우 정진영이 사설정보지 유통업자로 나온다.

영화를 연출한 김광식 감독(42)은 촬영 전 시나리오를 각색하는 8개월간 사설정보지의 세계를 취재했다. 사설정보지 업자를 수사한 경찰, 관련 기사를 쓴 기자를 만나고 ‘정보회의’에 참석했던 대기업 직원과 사설정보지 업자도 인터뷰했다. 그는 “영화에서 사설정보지로 인해 벌어지는 이야기는 허구지만, 사설정보지 생산과 유통 방식에 대한 묘사는 최대한 사실을 바탕으로 했다”고 말했다.

“점심시간 룸살롱에서 회의하는 풍경은 모두 전해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겁니다. 대기업 정보 담당자였던 지인은 영화를 보고 실제보다 정보회의 모습이 고급스럽다고 하더군요. 정보맨들도 그저 월급쟁이 회사원일 뿐이죠.”

‘정보회의’는 낮 시간 빈 룸살롱이나 조용한 식당에서 주로 열린다. CJ E&M 제공
‘정보회의’는 낮 시간 빈 룸살롱이나 조용한 식당에서 주로 열린다. CJ E&M 제공
영화에는 사설정보지가 만들어지고 확산되는 과정이 구체적으로 나온다. 대기업 ‘정보맨’과 정치권 관계자, 정부기관 직원, 기자 등 다양한 분야 사람들이 주기적으로 만나 정보회의를 열고 기브 앤드 테이크 식으로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때 공유된 정보의 일부가 사설정보지 전문 업체를 통해 문서화되며 개인과 기업 등에 수백만 원의 구독료를 받고 판매된다.

김 감독은 “진짜 고급정보는 쉽게 오픈되지 않는다”면서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떠도는 ‘찌라시발’ 정보는 그중 쉽게 떠들 수 있는, 자기 정보력을 과시하기 좋은 가십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주인공의 직업을 연예인 매니저로 정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김 감독은 방송작가 출신이다. 고 김종학 PD의 제작사 제이콤에서 일했으며 송지나 작가와 SBS 드라마 ‘달팽이’를 집필했다. 황인뢰 PD가 연출한 MBC ‘돌아온 일지매’의 작가다. 연세대 국문과(91학번) 재학 시절 잠시 영화 제작에 관심을 가졌지만 “몸도 약한데 연출부로 무거운 장비 나르는 게 싫어” 포기했다. 그러나 결국 “글을 써도 늘 성이 안 차는 느낌이 남아” 영화 연출의 길을 걷게 됐다고.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2002년) 조감독을 거친 후 ‘내 깡패 같은 애인’(2010년)으로 데뷔했다. ‘내 깡패…’는 로맨틱 코미디임에도 불구하고 ‘88만 원 세대’ 같은 사회적인 문제를 제대로 짚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장르는 다르지만 이번 영화도 현실의 문제를 놓치지 않는다. 그러나 김 감독은 “영화를 메시지를 전하는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극의 리얼리티를 위해 현실을 담는 거지 현실 자체를 보여주는 게 목적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저는 오락 영화를 추구해요. 다만 현실과 관계는 갖고 싶어요. 진정한 대중 영화는 현실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보니까요. 영화가 그냥 소비되기보단 사회와 삶을 보는 창이 될 수 있다면 더 좋겠죠.”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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