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들 왜 하나같이 꿈쩍않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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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법안통과 위한 적극활동 지시 안먹히자 분통

청와대가 단단히 뿔이 났다. 박근혜 정부 집권 2년차 국정과제의 주요 법안들이 좀처럼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서다. 희한한 건 국회에 대한 섭섭함이 아니다. 오히려 장관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청와대가 장관들의 행태를 문제 삼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0일 “박 대통령이 여러 차례 국회의 법안 통과를 위해 장관들이 직접 나서 달라고 주문했지만 하나같이 복지부동”이라며 “장관들의 대(對)국회 활동을 평가한다면 대부분 낙제점”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처음 2월 국회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지난달 27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다. 당시 박 대통령은 “2월 국회에서 주요 법안들이 통과되지 못하면 (6월) 지방선거 등을 감안할 때 9월 정기국회에서나 통과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경제 활성화나 민생 안정 등의 정책들을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자칫 집권 2년차 구상이 모두 엉클어질 수 있다는 우려였다.

이달 4일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통해 장관들에게 직접 주문하기도 했다. “법안은 다 타이밍이 있다. 밥도 따끈따끈할 때 먹어야 하지 않겠느냐.” 이튿날에는 각 부처 차관들이 모인 국무조정실 업무보고 자리에서 ‘불어터진 국수’ 비유를 들었다. “평균 300일 이상 국회에서 (법안이) 표류한다. (정책이) 300일을 묵히고 퉁퉁 불어터진 국수같이 되면 효과가 없다”는 것이었다.

청와대는 이쯤 되면 장관들이 적극 나설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야당의 반응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장관 코빼기도 보기 힘들다”는 볼멘소리뿐이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취임 인사차 의원실에 들른 이후 제대로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나마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정도가 매일같이 국회를 찾고 있다. 최 장관은 하루 평균 5, 6명의 의원을 만나 조속한 법안 통과를 호소하고 있다. 윤종록 미래부 2차관은 휴일 야당 의원의 지역구를 찾아가 법안 통과를 설득하기도 했다. 미래부가 이처럼 절박한 이유가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공개적으로 미래부를 지목해 “작년 미래부 소관 법안 283건 중 단 1건만 처리됐다”며 당장 통과돼야 할 법안을 줄줄 나열했다.

집권 여당도 국정에 대한 책임의식이 희박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당답게 장관들의 움직임을 독려해야 하지만 오히려 당내 정치일정에 매몰돼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결국 대통령이 부처를 콕 찍어 지적하지 않으면 장관들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대통령이 각 부처를 일일이 챙길 수 없는 만큼 정홍원 국무총리가 ‘군기반장’ 역할을 해줘야 하지만 그렇지 못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egija@donga.com·길진균 기자
#청와대#법안통과#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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