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로 경주마 병 고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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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2월 21일 07시 00분


운동기 질환에 시달리던 경주마가 줄기세포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해 경주마에 대한 줄기세포 치료를 통해 효과를 확인한 한국마사회는 3월부터 본격적인 연구에 뛰어든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운동기 질환에 시달리던 경주마가 줄기세포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해 경주마에 대한 줄기세포 치료를 통해 효과를 확인한 한국마사회는 3월부터 본격적인 연구에 뛰어든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 마사회-검역본부 말 줄기세포 공동연구

말 성체줄기세포로 경주마 운동기 질환 치료
지난해 말 엉덩이 부위 채취 후 배양 시험
다른 치료법에 비해 회복속도 빨라 효과적

‘줄기세포’는 수년 전 황우석(62) 박사 파동으로 일반인에게도 친숙해진 단어다. 사전적 정의로는 신경, 혈액, 연골 등 몸을 구성하는 모든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가능성을 갖고 있는 세포를 말한다.

줄기세포는 운동기 질환(뼈, 관절, 근육, 힘줄 등 운동과 직접 관련이 있는 부분의 장애나 이상) 등의 치료에 활용돼 과학계와 의료계가 큰 관심을 갖고 연구 중이다.

최근 거스 히딩크(68) 축구 감독과 세르지 사르키샨(61) 아르메니아 대통령 등 유명인사들이 내한해 국내에서 개발된 줄기세포 치료제를 처방받아 화제가 됐다. 미국, 일본, 유럽 여러 나라에서도 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RA 한국마사회(이하 마사회)는 농림축산검역본부(이하: 검역본부)의 ‘말(馬) 줄기세포 치료에 관한 연구’에 참여한다. 말의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해 경주마의 운동기 질환의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불리는 줄기세포 치료제 생산 가능성도 점검한다.

훈련과 실전경주에서 수없이 트랙을 달리는 경주마에게 운동기 질환은 일종의 ‘직업병’이다. 그래서 경주마는 줄기세포를 활용한 운동기 질환 치료법 연구에 가장 적합한 동물로 꼽힌다.

우리나라의 말 줄기세포 연구는 아직은 영국이나 일본 등에 비해 많이 뒤져 있다. 전 세계가 줄기세포 기술과 특허권 확보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어 한국도 독자적인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검역본부가 이번에 마사회에 경주마의 성체줄기세포의 공동연구를 제안한 이유이다. 마사회는 이 공동 연구가 국가경쟁력 강화와 말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기로 했다.

● 경주마에게 운동기 질환은 ‘직업병’…줄기세포 활용 치료법 연구에 최적

검역본부와 마사회는 이미 2013년에 운동기 질환에 시달리던 경주마 세 마리에게 줄기세포 치료를 시행한 바 있다. 말의 엉덩이 부위에서 채취한 지방조직에서 줄기세포를 분리한 후, 대량 배양해 환부에 주사하는 치료법이었다.

다른 치료법에 비해 회복이 빨랐고, 경주마들이 조기에 경주로에 복귀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줄기세포 치료법의 효과를 확인한 검역본부와 마사회는 본격적인 연구의 필요성에 동감했고 공동연구에 나서게 된 것이다.

두 기관의 공동 연구는 3월부터 3년간 진행되는데 성과에 따라 연구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임상시험 통계가 축적되면 경주마뿐만 아니라 인체 질환 치료법 개발도 가능해질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줄기세포 치료 기술 수준이 한 단계 도약하는 것이다”고 연구의 의미를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공동연구를 통해 말 줄기세포 치료제가 개발돼 세계 각국의 명마들이 치료를 위해 방한하는 시대가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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