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20년]“필요한 모든 것, 우린 안방서 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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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억원에서 13조로… 폭발적 시장 성장
홈쇼핑 산업, 1995년 개국에서 오늘까지

한국 홈쇼핑 산업이 올해로 출범 20년 차가 됐다. 1995년 개국했던 두 업체를 합쳐서 약 34억 원에 불과했던 시장 규모(취급액 기준)는 이제 12조 원(2012년 기준)을 넘어서서 13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00년대 초중반 시작된 해외 시장 진출이 더욱 왕성해질 것으로 보여, 앞으로도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위기 타고 오히려 폭발적 성장세

국내 홈쇼핑 산업의 시작은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홈쇼핑과 홈쇼핑텔레비전 두 곳은 홈쇼핑 사업권을 따내고 개국 준비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듬해인 1995년 8월, 한국홈쇼핑은 ‘하이쇼핑’, 홈쇼핑텔레비전은 ‘HSTV(1996년 39쇼핑으로 이름 변경)’라는 이름으로 각각 개국했다. 하이쇼핑은 이후 LG홈쇼핑과 GS홈쇼핑을 거쳐 현재의 GS샵이 됐다. 39쇼핑은 CJ그룹에 인수된 뒤 CJ홈쇼핑으로 이름을 바꿨고, 현재는 CJ오쇼핑이란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각각 ‘뻐꾸기시계(39쇼핑)’와 ‘하나로 만능 리모컨(한국홈쇼핑)’을 첫 상품으로 내걸고 야심 차게 방송을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실적이 좋았던 건 아니었다. 첫 방송시간 동안의 주문량은 각각 7개(뻐꾸기시계)와 10개 내외(하나로 리모컨)에 불과했다. 사업 첫해 두 업체의 취급액 합계는 약 34억 원에 그쳤다. GS샵 관계자는 “상품을 직접 만져보고 구매하는 것이 익숙했던 소비자들에게 화면으로 보고, 전화로 주문하는 방식이 낯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위기 뒤에 기회가 왔다. 1997년 말 찾아온 외환위기 이후 홈쇼핑 업계의 발전에 가속도가 붙었다. 업계 관계자는 “외환위기 당시 새로운 판로를 찾던 중소기업과 상품 경쟁력을 갖추길 원하던 홈쇼핑 업체의 상황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998년 두 홈쇼핑 업체는 나란히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한국홈쇼핑 약 2200억 원, 39쇼핑 약 1900억 원)했다. 이들의 이후 3년간(1998∼2000년) 연평균 성장률은 86.6%에 달했다.

2000년대 조정기 겪고 재도약


2001년 9월 업계는 지각변동을 겪는다. 바로 신규 진입 사업자로 선정된 업체 세 곳이 방송을 시작한 것이다. 그해 9월에 농수산TV(현 NS홈쇼핑), 10월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 11월 현대홈쇼핑이 각각 방송을 시작했다. 지금의 6개 업체 체제가 갖춰진 건 2012년이다. 그해 1월 중소기업 중심의 홈쇼핑 채널인 홈앤쇼핑이 출범했다.

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이른바 ‘히트 상품’도 하나둘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당시 홈쇼핑 채널을 즐겨 본 사람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본 ‘도깨비 방망이’ ‘원적외선 옥돌매트’ 등이 주목받은 것도 이맘때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계는 2000년대 초반에서 중반에 걸쳐 한 차례의 조정기를 겪었다. 업체 수는 늘어났지만 케이블TV 가시청 가구 숫자가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2004년 카드 대란이 터지는 등 악재가 이어진 탓이다. 홈쇼핑 업계는 2003년 3.5%라는 저조한 성장률을 보인 데 이어, 2004년에는 아예 1.7% 마이너스 성장을 겪었다.

성장이 정체되자 업체들의 자구 노력이 이어졌다. 홈쇼핑 업체들은 판매 효율이 낮은 카탈로그 발행 부수를 줄였고, 수익성이 높은 식품 등의 상품 비중을 늘렸다. 서비스 강화 경쟁도 이어졌다. 업체별로 전담 택배 서비스가 등장했으며, 인터넷을 통한 쇼핑 사이트도 만들어졌다. 업계는 2005년과 2006년 다시 10%대의 성장률을 회복했다.

해외 진출로 신성장동력 마련해


2004년부터 시작된 해외 진출은 홈쇼핑 업체들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처음으로 해외 시장에 나간 곳은 2004년 중국 상하이미디어그룹과 함께 ‘동방CJ’를 설립한 CJ오쇼핑이다. CJ오쇼핑은 중국에서 2006년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해 2009년 4200억 원의 취급액을 달성하는 등 높은 성장세를 이어나갔다.

이어 2008년 3월 인도에 ‘스타CJ’를, 2008년 10월 중국에 ‘천천CJ’를, 2011년 1월에는 일본에 ‘CJ프라임쇼핑’을 설립했다. 2011년 7월에는 베트남에 ‘SCJ’를 출범시켰으며 2012년 태국에도 진출해 중국 일본 베트남 인도로 이어지는 ‘아시안 홈쇼핑 벨트’를 완성시켰다. 그리고 2012년 하반기에는 터키 시장에도 진출했다.

GS샵도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GS샵은 2009년 11월 인도의 24시간 홈쇼핑 채널 ‘홈샵18’의 지분을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태국(2011년), 베트남·중국·인도네시아(2012년), 터키(2013년), 말레이시아(2013년)에 잇따라 진출했다. 롯데홈쇼핑은 2005년 대만에 합작법인인 ‘모모홈쇼핑’을 설립했고, 2010년 중국, 2012년 베트남에 진출했다. 현대홈쇼핑은 2011년 중국에 진출했다. NS홈쇼핑은 200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방송을 시작했다.

해외 진출은 앞으로도 홈쇼핑 업계에서 중요한 이슈다. GS샵 관계자는 “업체들이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국내 홈쇼핑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어 성장률이 갈수록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며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했다.

한국형 홈쇼핑에 대한 해외 업체들의 관심이 높은 것도 또 다른 이유로 들 수 있다. 특히 소비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에 있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홈쇼핑에 대한 관심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1990년대 후반 홈쇼핑 업체들이 중소기업과의 협업으로 부흥기를 마련했듯, 2010년대 중반에는 해외 업체들과의 협업으로 또 다른 발전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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