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 벗어나니 미래기술 단서가 보여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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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重 공모전 입상자 유럽 방문… 첨단 발전설비 기업서 현장체험

체코 플젠에 위치한 두산스코다파워 현장을 찾은 대학생들. 이들은 100년 넘게 축적한 스팀 터빈 기술을 지닌 두산스코다파워 현장을 둘러보고 미래를 설계하는 자산을 얻었다. 플젠=김민수 기자 minsa@donga.com
체코 플젠에 위치한 두산스코다파워 현장을 찾은 대학생들. 이들은 100년 넘게 축적한 스팀 터빈 기술을 지닌 두산스코다파워 현장을 둘러보고 미래를 설계하는 자산을 얻었다. 플젠=김민수 기자 minsa@donga.com
“발전소에서 연료를 태우는 보일러를 구성하는 금속과 용접 부위의 재료에 따라 초음파 주파수를 다르게 합니다. 미세한 균열이 있다면 주파수의 전달 속도가 다르겠지요. 이를 확인하면 보일러의 균열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보일러 설비의 재질이나 균열의 종류가 다양할 텐데 고객들의 테스트 요구에 어떻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나요?”

현지 엔지니어의 설명을 듣던 대학생 8명은 눈을 반짝이며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이들은 ‘지구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주제로 한 ‘2013 두산중공업 청년에너지 공모전’에서 83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대상과 최우수상을 수상한 학생들이다.

전공서적과 스펙 쌓기에만 매달렸던 이들이 이달 4일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30분 거리의 소도시 렌프루에 있는 ‘두산밥콕’을 찾았다. 두산밥콕은 발전소 핵심설비인 보일러 원천기술을 보유한 세계 4대 발전 기술기업이다.

방문하던 날, 현장에서는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연료효율을 높일 수 있는 ‘옥시콜(Oxycoal) 클린 연소 테스트 설비’가 시연되고 있었다.

“일반 석탄에 액체산소를 연소제로 이용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연소 효율을 대폭 높일 수 있다. 두산밥콕만의 독자 기술로 한국의 영흥발전소에도 최근 이 기술이 적용됐다”는 현지 엔지니어의 설명에 대학생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전 지구적인 이슈가 빠르게 기술로 현실화되는 현장을 보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경영학, 에너지자원공학, 기계항공공학, 건설환경공학 등 다양한 전공의 이들은 현지 엔지니어의 설명을 들으면서 전공이 실제 어떻게 활용되는지 알게 됐을 뿐 아니라 스스로 미래 비전을 찾는 단서를 풍부한 현장 체험을 통해 얻을 수 있었단다.

공모전 대상을 수상한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4학년 김희태 씨(25)는 “기계 제조 공정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 유럽의 제조업 전통이 왜 강한지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체코의 소도시 플젠에 자리 잡은 100년 전통의 스팀 터빈 기술 기업 ‘두산스코다파워’를 찾아 ‘융합’과 ‘공학과 현장이 축적된 노하우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

이곳에서는 뜨거운 증기를 받아 1분에 3000회 이상 회전하는 ‘터빈 블레이드’와 각종 부품이 제작되고 있었다. 블레이드의 각도, 길이, 두께, 간격에 따라 터빈의 효율이 달라지는데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에 맞게 최적화된 스팀 터빈 설비를 생산하는 모습을 본 느낌은 남달랐다.

많은 기업이 인재 채용의 또 다른 방식으로 공모전을 기획하고 있는데, 이번 탐방에 참여한 이들은 스펙이나 상금, 참가에만 의미를 부여하는 여타 공모전과는 달리 스스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준 중요한 도전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공모전 과정에서 두산중공업 직원들의 코칭 프로그램은 또 다른 소중한 경험이었다.

최우수상을 받은 고려대 경영학부 4학년 이진우 씨(27)는 “이번 공모전은 상금 받고 사진 찍는 게 끝인 다른 공모전과는 다르다”며 “글로벌 기술 기업의 인수합병 현장을 체험하고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어 스스로 미래를 찾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렌프루·플젠=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min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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