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백낙문]산업안전보건 3.0 시대를 열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백낙문 안전보건공단 기획이사
백낙문 안전보건공단 기획이사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대표적인 화두가 ‘소통’이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정치권에서도 다양한 문제 해결의 열쇠로 소통을 거론하고 있다. 무한소통의 시대다.

정부도 지난해 정부 운영의 패러다임으로 정부 3.0을 제시했다. 무선인터넷이나 스마트 모바일을 매개로 ‘있는 그대로’ ‘전 과정에 대해’ ‘국민이 원하는 정보를’ ‘국민 개개인에게’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다시 말해 정부와 국민이 소통한다는 의미다.

소통의 개념이 특히 필요한 곳이 바로 산업현장이다. 산재 통계에 따르면 국내 180만여 개 사업장에서 1500만 명이 넘는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이 중 산업재해로 해마다 9만여 명의 근로자가 다치고 2000명 가까이 사망한다. 하루 평균 5명이 목숨을 잃고 250여 명이 부상을 입는 셈이다.

상당 부분의 산업재해가 모기업과 협력업체, 협력업체와 근로자, 근로자와 근로자 사이의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사회적 이슈가 됐던 여수 화학공장 폭발사고나 당진 제철공장 질식사고, 서울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 등은 바로 소통의 부재가 사고의 주요 원인이었다.

우리 일터의 안전수준이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하려면 개별사업장 중심이나 일대일 감독 방식을 뛰어넘는 안전보건정책의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안전보건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 즉, ‘산업안전보건 3.0’ 정책이 필요하다. 산업안전보건 3.0 정책의 핵심은 사업장 스스로 위험을 발굴하고, 개선 계획을 수립하며 평가하고 피드백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우선 정부와 관계기관이 손을 잡고 사업장 스스로 위험성을 평가해야 한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업종별 위험요소, 재해사례, 예방대책, 평가방법 등 기준과 정보를 모듈화해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산업분류상 76개 중분류 업종의 재해예방 대책을 모듈화하고 이후 228개 소분류업종, 1145개 세세분류업종까지 세분해 사업장 맞춤형 위험성 평가 기준 등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정보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기반을 활용해 사업장에 전달돼야 한다. 누구나 쉽게 시스템에 접근하고, 활용하고, 이용자 간 경험이나 고민을 공유할 수 있도록 쌍방향 소통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사업장에 전달된 정보가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재해를 줄이는 성과를 낸 기업에는 산재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등 인센티브를 점차 강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현장 맞춤형 안전보건 시스템의 구축, 정보 접근의 용이성, 다양한 의견 교환이 가능한 쌍방향 서비스 제공, 이것이 활성화된다면 우리 산업현장은 근원적인 안전시스템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경제 활성화를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은 경제발전을 위한 기본적인 요소다. 산업안전보건 3.0 시대와 함께 자유로운 상상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창조적인 안전보건정책이 우리 일터에, 우리 사회에 다양하게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백낙문 안전보건공단 기획이사
#소통#산업안전보건#산업현장#산업재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