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봄’ 오니… 건설 ‘붐’ 오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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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제재 풀자 수주 기대감

2005년 현대건설이 준공한 이란 사우스파스 4, 5단계 가스처리시설. 26억 달러 규모의 이 시설을 시작으로 국내 건설사들은 사우스파스 가스시설 1단계부터 10단계 공사까지 모조리 따냈다. 하지만 2010년 대이란 제재가 시작되면서 일부 공사의 계약이 해지되는 등 시련을 겪었다. 동아일보DB
2005년 현대건설이 준공한 이란 사우스파스 4, 5단계 가스처리시설. 26억 달러 규모의 이 시설을 시작으로 국내 건설사들은 사우스파스 가스시설 1단계부터 10단계 공사까지 모조리 따냈다. 하지만 2010년 대이란 제재가 시작되면서 일부 공사의 계약이 해지되는 등 시련을 겪었다. 동아일보DB
GS건설은 최근 이란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시장 점검에 들어갔다. 최근 국제사회의 대이란 제재 해제 움직임에 대한 선제적 조치다. 이란 시장의 빗장이 풀릴 것으로 보고 과거 이란 현지 공사에 참여한 적 있는 직원들로부터 정보를 수집하며 이란 핵협상 상황 등을 주시하고 있다. 내부에서는 “버튼만 누르면 당장이라도 이란에 진출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GS건설은 이란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기 전인 2009년 14억 달러 규모(약 1조4900억 원)의 가스탈황 플랜트시설 사업을 따낸 바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란이 야심 차게 추진하던 사우스파스 가스 시설 공사의 대부분을 한국 건설사들이 수주했을 정도로 이란은 중요한 시장이었다”며 “사업 발주가 본격화되면 가격, 기술, 공기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국내 건설사의 진출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건설사들이 세계 4위 규모의 해외건설 발주국인 이란을 주목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이란 제재가 풀릴 것에 대비해 시장 조사를 강화하고 현지 진출 채비를 갖추는 등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20일 미국 정부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6개월간 한시적으로 해제한다고 밝혔다. 아직은 자동차와 석유화학 등 일부 품목에 대한 제재 완화조치이지만 친(親)서방 정책을 펴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기조를 볼 때 국내 건설사들의 이란 진출도 조만간 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이란 제재가 시작되기 전해인 2009년 한국 건설사들이 이란에서 따낸 사업은 약 24억9000만 달러였다.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이어 5번째로 큰 액수다. 1999년, 2002년, 2003년에는 이란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사업을 수주했지만 제재 이후 신규 사업을 한 건도 따내지 못했다. 한국이 자리를 비운 사이 중국과 인도 건설사들이 맹추격을 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16년 이란의 건설시장 규모는 지난해(약 887억 달러)의 갑절에 가까운 1544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산 원유를 수출하기 위한 플랜트 건설이 시급하고 국토가 넓어 기반시설 투자수요가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건설사들은 이란 상황을 주시하며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다.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은 각각 현지인과 한국인 직원이 있는 테헤란 지사를 운영하면서 이란 재진출을 노려 왔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중동시장은 발주처와의 신뢰가 중요한 시장이라 제재 이후에도 국내 건설사들이 꾸준히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서방의 다른 업체들보다 수주 경쟁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권명광 해외건설협회 팀장(이란 쿠웨이트 담당)은 “이란 시장이 워낙 큰 데다 그동안의 경제제재로 진행하지 못했던 사업들이 한꺼번에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석유와 가스시설 건설 사업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이란 건설시장의 빗장이 풀릴 것에 대비해 정부의 선제적 도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이란 건설시장을 선점하려면 시장 상황에 대한 신속한 정보가 필수적”이라며 “국내 기업의 이란 진출을 위한 금융지원 등 정부 차원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이란#GS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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