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지도자 수업에 웬 영양학?

  • 스포츠동아
  • 입력 2013년 12월 30일 07시 00분


지도자 대상 마스터코스 통과 필수
“현장과 동떨어진 과목 많다” 지적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협회, 서울대학교는 2010년 야구지도자 육성 전문 프로그램인 베이스볼아카데미를 창설했다. 스포츠 과학적 지식과 리더십을 두루 갖춘 지도자를 양성하자는 취지였다. 2013년부터는 프로야구 지도자를 대상으로 한 마스터 코스도 신설됐다. 2014년부터 프로야구 지도자가 되기 위해선 이 과정에 꼭 참여해야 한다. 2일부터 SK 박경완 2군 감독을 비롯해 LG 최동수 코치, KIA 박재용 코치, SK 윤재국 코치 등이 4주 간 총 120시간 과정의 수업을 들었다. 월∼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5시까지 이어지는 강행군이었다. 마스터 코스는 27일 종강했지만, 30일 열리는 검정시험까지 거쳐야 최종합격자가 가려진다. 4과목에서 모두 6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한 마스터 코스 참가자는 “처음엔 시험에 떨어지면 프로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구단관계자는 “이미 코치 계약을 완료한 상태인데,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 지도자 교육을 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보완이 필요할 것 같다”며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이에 대해 KBO관계자는 29일 “다소 와전된 것 같다. 만약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다고 해도 2014년 코치 등록은 가능하다. 다만 내년 마스터 코스를 다시 수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심리학, 리더십, 선수들과의 소통 등 수강 내용 중 도움이 될만한 부분도 물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장과 동떨어진 과목도 많다는 의견이 주류다. “경영학·마케팅·영양학 등이 과연 프로야구 지도자에게 꼭 필요한 것이냐? 그렇지 않아도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엄청난 양의 커리큘럼을 소화해야 하는 일정”이라고 항변하는 참가자도 있다.

현재 태릉선수촌의 국가대표 지도자들이 수강하는 1급 경기지도자 과정의 커리큘럼은 현장과의 결합성을 최대한 반영해 편성되고 있다. 이 과정을 담당하는 한국체육과학연구원 관계자는 “지도자 교육에서는 지도자가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들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커리큘럼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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