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경청에도 ‘레벨’이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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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마주 앉아 대화를 한다. 한 사람이 말을 하고 있다면 다른 한 사람은 뭘 하고 있을까? ‘상대의 말을 듣고 있다’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답은 ‘말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갈등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듣는 데에도 ‘레벨’이 있다고 말한다. 가장 아래, 하수의 듣기는 ‘배우자 경청’이다. 예를 들어 보자.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 마침 TV에선 그날의 스포츠 하이라이트가 방송 중이다. TV에 집중하고 있는 남편에게 아내가 말한다. “오늘 학부모 모임이 있어서 학교에 갔는데 담임 선생님이…” 아내는 한참 동안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해 말한다. 남편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가를 찾는다. TV 리모콘이다. 그러곤 TV의 볼륨을 점점 높인다. 여전히 고개는 끄덕이면서. 듣는 것 같지만 전혀 듣지 않는 배우자 경청은 갈등 해결은커녕 갈등을 키울 뿐이다.

이보다 한 단계 나은 게 ‘수동적 경청’이다. 어느 날 부인이 말한다. “여보, 쓰레기통이 꽉 찼네?” 무슨 말일까? 쓰레기 좀 버려 달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을 듣고 어떤 남편은 “그러니까 처음부터 좀 큰 걸 사자고 했잖아”라고 대꾸한다. 아내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상대가 진짜로 말하고 있는 메시지는 관심 밖이다. 그저 고막을 울리는 ‘소리’만 듣는다.

가장 이상적인 듣기는 ‘적극적 경청’이다. 말하는 사람의 느낌, 감정, 생각까지 헤아리면서 듣는 태도다. 일이 너무 힘들다며 팀장을 찾아온 부서원에게 “그럼 휴가 좀 쓰고 쉬어”라고 말하는 리더는 수동적 경청만 하는 사람이다. “그래, 요즘 힘들지? 일이 너무 많아서 그런 거야, 아니면 맡은 일이 어려워서 그래? 내가 뭘 도와주면 좋을까?”라고 말하는 게 적극적 경청이다. 별것 아닌 것 같더라도, 상대방이 나에게 집중해 준다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적극적 경청의 핵심이다.

최철규 HSG 휴먼솔루션그룹 대표 ckchoi@hsg.or.kr
#경청#DBR 경영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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