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깝다! 이 영화, 상영관만 좀 더 많았어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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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영화팀이 선정한 ‘올해 놓친 숨은 보석 7’

《 올해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는 무려 600여 편. 이 중에서 혹시 놓친 ‘보석’은 없을까. 개봉관이 적어서, 또는 정보가 부족해 놓쳤던 영화들이 있다. 관객은 많이 들지 않았지만, 그 가치만큼 인정받지도 못했지만 즐길 만한 올해의 아까운 작품으로 한국 영화 3편, 외화 4편을 골랐다. 》

▼ ‘19금’ 아니었으면 400만쯤은 ▼

▽연애의 온도(노덕 감독, 김민희 이민기 출연)=
186만 명이나 본 영화를 왜 추천했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가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을 받지 않았다면 300만∼400만 명은 들지 않았을까. 영상물등급위원회는 회사 내 불륜 장면과 담배 피우는 장면 등을 이유로 ‘19금’ 판정을 내렸다. 사랑이 남긴 감정의 찌꺼기에 대한 신랄한 대사와 배우들의 호연이 기억에 남을 작품이다.

▼ 배우-감독-관객, 누가 속고 있나 ▼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이재용 감독, 윤여정 박희순 강혜정 출연)=
감독이 배우들과 영화 찍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 극중 미국에 있는 감독은 촬영 현장을 컴퓨터 화상 채팅으로 원격 지휘한다. 배우들은 감독의 ‘뒷담화’를 벌인다. 그런데 감독은 이걸 다 찍었다. 배우가 속고 있는지, 감독이 속고 있는지, 아니면 관객이 속고 있는지 모호하지만 아이디어가 기발하고 재밌다.

▼ 단돈 500만원으로 이런 영화를 ▼

▽죽지 않아(황철민 감독, 차래형 이봉규 출연)=
순제작비 500만 원의 독립영화. 재산을 노린 손자가 젊은 여자를 고용해 할아버지를 복상사시키려고 한다. 사회의 잉여이자 속물이 된 젊은 세대, 사회개혁만 부르짖다 가정을 놓친 아버지 세대, 6·25전쟁을 겪으며 생존에만 목맨 할아버지 세대…. 현대사를 응축한 우리 시대의 우화다. 셰익스피어 희곡 같은 명확한 이야기와 유머가 강점이다.

▼ 우연한 사랑 안믿는 솔로들에게 ▼

▽언어의 정원(신카이 마코토 감독)=
‘초속 5센티미터’ ‘별을 쫓는 아이’로 국내에 열혈 마니아들이 있는 신카이 감독의 애니메이션. 구두 디자이너를 꿈꾸는 고교생과 공원에서 아침부터 맥주를 마시는 여성의 로맨스를 그렸다. 빗방울이 호수 표면에 부딪혀 이는 작은 물방울도 놓치지 않는 현미경 같은 묘사와 일상의 미묘한 떨림이 담겼다. 우연한 사랑을 믿지 않는 메마른 솔로들에게 강추.

▼ 초딩들 간의 되바라진 로맨스 ▼

▽문 라이즈 킹덤(웨스 앤더슨 감독, 브루스 윌리스, 빌 머리 출연)=
사람들은 때로는 어릴 적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요즘 아이들이 발칙하다고 흉보지만 자신의 과거도 같았을지 모른다. 초등학생들의 되바라진 로맨스를 그린 영화. 보는 내내 키득키득 웃다 어린 시절이 생각나 상념에 잠긴다. 지난날이 아름답고, 그 시절 내가 기특해진다.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개막작.

▼ 달랑 2124명만 보고 끝내기엔… ▼

▽컴퍼니 유 킵(로버트 레드퍼드 감독, 주연)=
이달 5일 개봉해 단 2124명이 본 작품. 미국 반전 운동 세대의 과거와 현재가 담겨 있다. 하지만 한국의 386세대 이야기를 다룬 영화처럼 과거를 미화하지도 현재를 경멸하지도 않는 점이 좋다. 노여움도 욕망도 초월한 77세의 레드퍼드 감독은 선승처럼 생을 관조할 뿐이다. 배우 출신 감독 ‘선배’인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동급의 반열에 오른 듯.

▼ 라방의 미친 듯한 열연에 엄지 ▼

▽홀리 모터스(레오 카락스 감독, 드니 라방, 에바 멘디스 출연)=
강렬한 몸짓과 선명한 색을 느끼고 싶다면 강추. 카락스 감독의 장기인 이미지의 향연이 펼쳐진다. 영화가 지난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올랐을 때 유럽 기자들은 환호했고, 미국 기자들은 야유를 보낸 논란의 영화이기도 하다. 하지만 라방의 미친 듯한 연기에는 모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것이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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