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닥친 K리그 이적시장

  • 스포츠동아
  • 입력 2013년 12월 25일 07시 00분


구단들 예산 동결·삭감…“포항처럼” 압력도
몸값 부담에 용병도 2명만 채우는 구단 속출


프로축구 K리그 선수 이적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예년 같으면 시즌 종료 후 이맘때면 겨울 이적시장이 활발했다. 그런데 올해는 전혀 그렇지 않다. 이렇다할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는다. K리그 정규리그가 종료된 지 3주가 훌쩍 지났지만 사령탑 교체 소식만 전해질 뿐 선수 이적 소식은 없다. 프로축구연맹이 2014년도 FA(자유계약선수) 자격취득 193명의 명단을 공시한 지금 상황도 똑같다. 클래식(1부 리그)도, 챌린지(2부 리그)도 마찬가지다. 대다수 에이전트들은 “올 겨울은 유난히 혹독하다. 얼마간 힘들 것이란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입을 모은다.

이유는 간단하다. 무엇보다 자금이 돌지 않는다. 대부분 구단들의 예산은 동결 혹은 삭감됐다. 도시민구단들뿐 아니라 기업구단들도 눈치만 보며 선뜻 나서지 못한다.

비용 대비 높은 효율성을 보인 팀의 영향도 있다. 포항 스틸러스는 국내파 선수만으로 정규리그와 FA컵을 동시 평정했다. 포항 황선홍 감독이 “우리가 너무 잘해도 미안하다”고 밝힐 정도로 이는 파급효과가 컸다. 포항의 경우 선수 수급의 줄기를 이룬 유소년 시스템도 한몫했다. 기업구단들은 모기업으로부터 “포항처럼 하라”는 무언의 압력을 받는다. 비싼 돈 주고 사올 바에야 아껴서 미래에 투자하라는 인식전환이다. 가물에 콩 나듯 어쩌다 이적이 거론된다고 해도 현금이 아닌 선수와 선수를 주고받는 트레이드에 가깝다. 보상금이나 이적료가 발생하는 FA 선수들(올해 11명)은 매력을 주지 못한다.

외국인 선수 영입도 마찬가지다. 현재 K리그 구단은 군 팀(상주상무, 경찰축구단)을 제외하고 아시아쿼터 한 장을 포함해 외국인 선수 4명을 보유할 수 있다. 하지만 4명을 모두 채울 형편이 못된다. 검증된 1∼2명으로 버텨야 한다. 최근 한 에이전트는 모 구단 감독과 대화를 나누다 깜짝 놀랐다고 한다.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고, 이적료 없이 영입할 수 있는 용병이 있느냐”는 감독의 물음에 헛웃음을 지어야 했다. 다재다능한 A급 외국인 선수의 몸값이 적을 리도 없고, 간혹 있다고 해도 대부분 새 둥지를 찾았다. 결국 이 구단은 내년 시즌 외국인 선수 2명만 채우기로 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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