張 처형후 강경군부 ‘백두혈통 옹위’ 과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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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시위에 발끈한 北 “최고존엄 도발, 예고없이 보복” 靑에 협박문

“북측이야말로 현 상황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행동해야 할 것이다. 북측이 도발할 시에는 우리 군은 단호하게 응징할 것이다.”

정부는 19일 오후 북한에 이런 내용을 담은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국방부가 20일 밝혔다. 북한이 같은 날 오전 국방위원회 정책국 서기실 명의로 된 협박성 전화통지문을 대통령국가안보실로 보낸 것에 대한 맞대응이다.

북한은 19일 오전 10시 반경 서해군통신선을 통해 보낸 전통문에서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우리의 최고 존엄에 대한 특대형 도발을 반복한다면 우리의 가차 없는 보복 행동이 ‘예고 없이’ 무자비하게 가해질 것이다”라고 위협했다. 북한이 청와대를 수신자로 지정해 전통문을 보낸 것은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역대 정부에서도 거의 전례를 찾기 힘든 이례적 움직임”이라고 했다.

북한이 지칭한 ‘최고 존엄에 대한 특대형 도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2주기 추모대회가 열린 17일 한국 보수단체들이 서울시내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인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보수단체들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화형식을 거행하며 강도 높게 북한을 비난했다. 그간 북한은 소위 백두혈통인 ‘최고 존엄’을 문제 삼는 행위에 대해선 ‘무자비한 징벌’ ‘특대형 모략’ 등의 단어를 써 가며 신경질적 반응을 보여 왔다.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처형 이후 강경 군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그런 분위기가 국방위 전통문으로 나타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북한의 2인자로 떠오른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은 김정일 2주기 추모대회 결의 연설에서 “전쟁은 광고를 내지 않고 시작된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향후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여 가면서 유사한 협박을 계속 내 놓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 당국자는 “장성택 처형 후 조성된 공포 분위기 속에서 군부가 충성 경쟁을 벌이며 경쟁적으로 위협 발언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가 북한의 협박 사실을 당일 공개하지 않고 다음 날 뒤늦게 공개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
는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통일부는 북한의 이례적 위협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당일 오후 주요 20개국(G20) 대표단 20여 명을 예정대로 개성공단에 보냈다. 주무
부처인 국방부는 뒤늦게 북한의 전통문 내용이 공개돼 논란이 일자 “통일부가 설명할 것”이라
며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들은 “전통문을 전부 공개하면 북한의 심리전에 역이용당할 수 있고 불필요한 불안감을 부추길 수 있다”고 해명했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장성택#백두혈통#북한#보수단체#청와대 협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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