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이동우, 웅산의 격려로 새 삶… 재즈로 새 세상 봤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시력 잃었지만 재즈로 재기한 방송인 겸 가수 이동우

이동우는 “틴틴파이브 멤버들은 죽을 때까지 함께하고 싶은 친구들이다”라고 말했다.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이동우는 “틴틴파이브 멤버들은 죽을 때까지 함께하고 싶은 친구들이다”라고 말했다.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방송인 겸 재즈가수 이동우(43)에게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말이다. 그는 처음 만난 기자의 두 손을 꼭 잡으며 “안녕하세요”라고 말했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강한 울림이 있었다.

이동우는 과거 개그맨과 그룹 틴틴파이브로 활동했다. 연예인으로 정상의 인기를 누린 그는 2004년 ‘망막색소변성증’(망막의 신경이 손상돼 시야가 점점 좁아지다 40대 전후가 되면 시력을 잃게 되는 병) 진단에 이어 2010년 법정 실명 판정을 받았다.

“처음에는 죽고 싶었죠.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시간의 흐름을 견뎌내지 못하면 고통 속에 살게 돼요. 다행히 저는 가족, 음악 그리고 신앙의 힘으로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어요.”

난치병 진단 후 방황하던 그에게 아내는 헌신적인 존재였다. 하지만 그런 아내마저 뇌종양 판정을 받고 수술대에 올랐다. 비로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존재 자체가 희망이던 딸이 보호자를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아내가 건강해졌지만, 그 일이 있고 난 후 ‘나는 가족에게 어떤 남편이고 아빠인가’라는 물음을 던져요. 그리고 ‘가족에게 받은 사랑을 그대로 돌려줄 수 있는 가장이 되자’라고 다짐해요. 또 그 사랑을 누군가에게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해요.”

2년 전 어느 날 이동우에게 또 다른 인연이 나타났다.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코너에 재즈 아티스트 웅산이 게스트로 출연한 것. 웅산은 처음 만난 이동우에게 “재즈음악을 통해 삶의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웅산 씨가 ‘재즈가수를 하면 지금보다 행복할 수 있다’고 했어요. 틴틴파이브 시절 가수 활동을 한 적은 있지만 재즈라는 장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거든요. 고민을 많이 했죠. 이벤트성이 아닌 재즈가수로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이 두렵더라고요. 하지만 행복할 수 있다는 이유가 좋았어요.”

이동우는 웅산의 가르침과 소속사(SM엔터테인먼트)의 지원 아래 지난달 첫 정규 솔로 앨범 ‘LEE DONG WOO SMILE TURNING TO JAZZ’를 발매하고 재즈가수로 데뷔했다. 타이틀 곡은 ‘Fly with You’.

“앨범을 발매하고 음악 방송에 출연했어요. 시청자들 앞에 선다는 것이 설레면서도 떨리더라고요. 여러 걱정이 있었지만 저를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격려를 많이 해줘 정말 감사했어요.”

그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매니저의 추천으로 나가게 된 ‘2013 ITU 통영 트라이애슬론월드컵’에서 철인3종(수영, 사이클, 마라톤) 경기를 완주하며 또 다른 감동을 선물했다. 내년 3월에는 본인이 직접 제작과 출연에 참여하는 연극을 선보일 예정이다.

길었던 인터뷰가 끝날 무렵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을 만나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건넸다.

“하하! 제가 더 감사하죠.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사람들은 장애인을 만나면 장애인의 ‘장애’만 보고 ‘사람 人(인)’을 보지 않아요. 웅산 씨가 저를 ‘사람’, 즉 ‘인’으로 봐준 것처럼 그렇게 대해줬으면 해요. 저는 장애가 있는 사람도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어요. 저의 작은 재능인 재즈음악이 저처럼 장애를 가진 분들의 고통을 덜어드렸으면 좋겠습니다.”

박영욱 동아닷컴 기자 pyw06@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