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성택 체포 나흘 만의 처형, 잔혹한 야만에 경악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4일 03시 00분


북한의 김정은은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자신의 고모부인 장성택을 체포한 뒤 나흘 만에 전격 처형했다. 북한은 그를 역성(易姓) 혁명을 꿈꾼 쿠데타의 수괴로 규정했다. 40년간 김씨 왕조의 최측근으로 군림했던 장성택은 절대 권력을 쥔 젊은 조카의 손에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북한이 장성택의 비리를 알리기 위해 공개한 군사재판 판결문은 역설적으로 북한 체제가 얼마나 불안한지를 보여준다. 판결문에는 장성택이 했다는 발언으로 “현재 나라의 경제 실태와 인민 생활이 파국적으로 번져지는데도 불구하고 현 정권이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한다는 불만을 (북한 주민들에게) 품게 하려고 했다”고 나와 있다. 장성택이 실제 이런 발언을 했는지 여부를 떠나 도탄에 빠진 북한 주민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표현이다.

또 장성택은 “일정한 시기에 가서 경제가 완전히 주저앉고 국가가 붕괴 직전에 이르면 내가 총리를 하려고 했다”며 “일정하게 생활 문제를 풀어주면 인민들과 군대는 만세를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65년 김씨 왕조의 폭압 통치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엉겁결에 고백한 셈이다. 중국 충칭 시의 당서기였던 보시라이 재판으로 치부, 치정, 마약, 살인, 해외 도피 등 중국 내부의 곪은 상처들이 속속들이 외부에 알려졌던 일을 연상시킨다.

북한에 자생적 혁명의 움직임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도 놀랍다. 김정은 체제가 공고해지는 듯 보였던 북한이 실은 몹시 불안하다는 징후가 공개된 것이다. 현 상태에서는 서슬 퍼런 김정은 정권과 군의 폭압에 숨을 죽이겠지만 어떤 계기가 주어지면 주민의 민심 이반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장성택이 석탄을 비롯한 귀중한 지하자원을 팔아먹고, 나선 경제무역지대의 토지를 50년 기한으로 외국에 넘기는 매국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고 지적한 대목도 눈길을 끌고 있다. 친중파로 알려진 장성택을 제거하고 그 측근을 모두 숙청한다면 중국과의 대규모 경협도 타격을 입을 것이다.

김정은의 직할 부대인 국가안전보위부가 군사재판을 하고 일사천리로 사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북한 체제의 야만성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사형이 선고된 뒤 24시간도 안 돼 형을 집행했다.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은 “기관총으로 사살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사실이라면 북한 정권의 극단적 잔혹성을 보여주는 처형 방법이다.

이달 17일이면 김정일 사망 2주기를 맞아 북한 권력 엘리트들의 부침이 드러날 것이다. 19일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는 예정대로 열릴 예정이다. 북한의 이상 징후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우리 정부의 치밀한 상황 관리가 필요하다. 북한의 급변 사태와 도발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북한#김정은#장성택#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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