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그 몸살 앓는 中國선 지금 무슨 일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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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 착륙 늘려라” 시계 흐려 연착 늘자 ‘블라인드 랜딩’ 자격증 의무화

중국 항공당국은 내년 1월 1일부터 스모그로 시계(視界)가 흐려질 때를 대비해 민항기 조종사에게 계기판만 보고 착륙할 수 있는 자격증을 따도록 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땅에 내린다고 해서 ‘블라인드 랜딩(계기 착륙)’으로도 불린다. 이 방식의 착륙은 공항 활주로에 정밀접근시스템(ILS)이 갖춰져야 하기 때문에 대개 대도시에서만 가능하다.

스모그로 몸살을 앓는 중국이 안전사고를 줄이고 오염 농도를 낮추기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민항국이 최근 통지한 ‘블라인드 랜딩 2급 자격증’ 획득 요구도 그 일환이다. 이 자격증은 가시거리가 400m 이하일 때 착륙할 수 있는 수준으로 육안으로 외부를 보지 않는 자동착륙 방식이다. 민항국은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등 대도시를 오가는 항공기 조종사에게 일괄적으로 2급 자격증을 따도록 했다.

이번 조치는 짙은 스모그로 항공기 착륙이 방해를 받으면서 공항마다 극심한 연착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완화하려는 목적도 있다. 민항국은 “스모그가 갈수록 잦아져 블라인드 랜딩이 더 자주 쓰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외국 항공기들은 똑같은 기종인데도 중국 항공기보다 연착 발생률이 낮다”며 중국 민항기 조종사들도 관련 기술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7일 상하이에서는 항공기 144편이 취소되는 등 스모그로 인한 항공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의 지방정부들도 스모그 발생을 줄이기 위한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랴오닝(遼寧) 성은 대기환경 심사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선양(瀋陽) 다롄(大連) 등 8개 도시에 5420만 위안(약 93억7443만 원)의 벌금을 매겼다. 허베이(河北) 성 스자좡(石家莊) 시에서는 스모그의 독을 빼주는 ‘무술 체조’를 보급하는 초등학교가 생겼다.

중국기상국은 최근 스모그가 10∼20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정자 감소 막아라” 정자수 40년간 80% 줄고 불임률은 20년새 4배로 ▼

중국 내 스모그 피해가 확산되면서 당국이 환경오염과 불임의 연관성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환경오염은 남성의 정자 수와 질에 특히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산하 국가자연과학기금위원회는 올해 불임 관련 연구 68건에 자금을 지원했다. 중국과학원 도시환경연구소 류량포(劉良坡) 박사는 “오염된 물과 나쁜 공기 등 많은 문제가 중국인들의 생식 능력을 위협하고 있다”며 “상태가 더 안 좋아지면 중국의 ‘한 자녀 정책’은 필요가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영 신화(新華)통신에 따르면 출산 가능 연령의 불임률은 1990년 3%에서 2010년 12.5%로 뛰었다. 현재 4000만 명 이상이 불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불임의 70%, 남성 불임의 50%는 잘못된 생활 습관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환경 여건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부가 환경과 불임 간 연구를 지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남성의 정자 수 감소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인구협회에 따르면 중국 남성의 정자 수는 40년 전에는 1L당 1억 개였지만 지난해에는 1L당 2000만 개로 급감하는 등 정자의 활동성도 눈에 띄게 감소해 수정 능력이 크게 떨어졌다. 불임 환자의 대부분은 상대적으로 젊은 25∼30세에 집중돼 있다. 류 박사는 “분자 구조상 정자는 난자보다 환경오염에 더 취약하다”며 “중국 내 불임은 대부분 남자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난징(南京)대 의대 연구팀은 “최근 연구에서는 난자도 정자처럼 환경오염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자에 문제가 있으면 이를 해결할 방법이 많은데 난자로 인한 불임은 치료 방법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중국#스모그#블라인드 랜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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