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정말 ‘악의 축’일까… 두뇌발달에도 도움된대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긍정적 효과 규명한 논문 잇달아

미국 워싱턴주립대 연구진은 ‘뇌-뇌 인터페이스(BBI)’를 매개하는 게임으로 한 사람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특수장치를 한 두 명의 실험자가 각기 다른 연구실에서 게임 화면을 보고 있다가 한 실험자가 게임에서 타깃을 맞혀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특수장치를 통해 신호를 전달받은 다른 실험자가 스페이스바를 누르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워싱턴주립대 제공
미국 워싱턴주립대 연구진은 ‘뇌-뇌 인터페이스(BBI)’를 매개하는 게임으로 한 사람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특수장치를 한 두 명의 실험자가 각기 다른 연구실에서 게임 화면을 보고 있다가 한 실험자가 게임에서 타깃을 맞혀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특수장치를 통해 신호를 전달받은 다른 실험자가 스페이스바를 누르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워싱턴주립대 제공
지난달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 일명 게임중독법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이 법에 따르면 게임은 ‘마약’과 같아 중독성이나 폭력성을 수반한다. 그렇다면 게임은 정말 ‘악의 축’일까.

뇌과학이나 심리학 분야에서 게임은 악의 근원이 아닌 새로운 실험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사람들이 카드 게임을 하다가 상대보다 돈을 덜 따면 딴 돈을 포기하는 비경제적인 선택을 한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발표한 김학진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게임은 비교적 손쉽게 인위적인 상호작용 상황을 만들어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유발시킬 수 있다”며 “고글을 쓰고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기기 안에서 모니터를 보며 게임을 하는 동안 뇌 활성화 부위를 측정하는 방식의 심리 실험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의 뇌과학적 기능을 이용해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연구 데이터를 모으기도 한다.

2005년 미국 스탠퍼드대,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캐나다 맥길대 등이 공동으로 만든 ‘루모시티’가 대표적이다. 웹사이트를 기반으로 하는 이 게임은 게임자의 신체와 뇌의 인지능력 및 반응속도 등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5000만 명 이상이 루모시티를 즐기는데, 이들은 10억 회 이상 게임 기록을 만들었고, 이는 4000만 개의 각종 뇌과학 및 심리학 연구 데이터로 쓰인다.

게임이 뇌 기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핀란드 알토대 헬싱키IT연구소와 헬싱키대 컴퓨터공학부, 사회연구학부 공동연구팀은 컴퓨터 게임을 하는 사람의 얼굴 표정과 뇌파의 변화를 검사해 게임이 ‘공감능력’을 높인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남성 25쌍, 여성 16쌍을 대상으로 고슴도치가 차례대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헤지워스’란 게임을 하도록 하고, 뇌파기록장치와 안면근전도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남을 따라 할 때 발생하는 뇌파인 ‘파이 콤플렉스’와 의도하지 않은 웃음인 ‘뒤셴 스마일’에 쓰이는 얼굴 근육이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했다. 즉, 게임을 하는 동안 공감도가 높아졌다는 말이다.

또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뇌과학과 신경과학과 등 공동연구진은 노인의 인지능력을 향상시키는 ‘뉴로레이서’라는 3차원(3D) 게임을 만들어 60∼85세의 노인에게 시켜본 결과 인지능력이 실험 전보다 4배가량 향상됐다는 결과를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해 표지논문으로 실리기도 했다.

김학진 교수는 “사회심리학 신경경제학 등에서 게임을 실험 도구로 활용할 뿐 아니라 기능성 게임을 만들어 뇌과학적 효과를 검증하기도 한다”라며 “최근 게임의 긍정적 효과가 인정되면서 다양한 기능성 게임이 개발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새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saem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