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천재 뮤지션 윤건, 자유로운 브릿팝에 ‘백야’를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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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2월 11일 00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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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몇 년이나 지났다. 그가 들려준 멜로디에 마음이 녹아내렸고, 그의 음악은 함께 커피를 마시듯 우리의 깊은 곳까지 스며들었다. 브라운 아이즈로 활동하며 ‘벌써일년’을 작곡했던 천재 싱어송라이터 윤건이다.

솔로로 활동하며 멜로디를 탄탄하게 만드는 베이스처럼 드러나지 않던 그가 달라졌다. 비상하기 위해 고치를 뚫고 나온 나비처럼 윤건은 그의 모든 것을 대중에게 내놓고 소통하기 시작했다.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연기 도전했고 이를 계기로 방송 MC부터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 패션 서바이벌 프로그램 ‘패션왕’의 도전자로 나섰다. 몇 해 전 카페를 차린 그는 급기야 에세이집 ‘카페 윤건’을 내놓았다.

그랬던 그가 한 발 더 팬들에게 다가왔다. 10일 오랜만에 본업인 가수로 돌아와 새 미니앨범 ‘코발트 스카이 072511(Kobalt Sky 072511)’를 발매했다.

‘코발트 스카이072511’은 오랜만에 윤건이 여행을 하며 받은 영감으로 만든 앨범이다.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 지난 7월 25일 밤 11시 핀란드 헬싱키에서 ‘코발트 스카이색’의 백야 현상을 체험한 후 이를 모티브로 빚어낸 결과물이다.

그가 직접 느낀 백야와 영감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서울 종로구 효자동에 위치한 카페 ‘마르코의 다락방’을 찾았다. 윤건은 5년 전부터 이 카페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떠나기 전날 아무 계획 없이 갑자기 여행을 계획했고, 결국 손에 들어온 것이 핀란드 행 비행기 표예요. 헬싱키에서 낮술을 마시며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어요. 또 태어나 처음으로 백야를 경험했고, 그 순간 갇혀 있던 자유를 느꼈죠.”


윤건은 이 영감을 브릿팝에 담아냈다. 브릿팝을 “자유로운 음악”이라고 설명하던 그는 “오래전부터 영국 출신 뮤지션을 동경해 왔다”고 했다. 윤건은 “줄곧 혼자 좋아해 왔다. 존 레넌과 비틀즈, 앨튼 존, 콜드플레이 등의 뮤지션의 영향을 받았다”며 “브릿팝이 국내에선 주류 음악이 아니지만 대중이 좋아할 수 있도록 단순하고 경쾌한 멜로디에 자유를 녹여내 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은 지금껏 만든 앨범 중 가장 매끄럽게 나온 음악이에요. 스트레스 없이 일기를 쓰듯 만든 것 같아요. 부담을 갖지 않고 만든 앨범이기에 모든 것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요. 음악을 들어보면 애쓰며 쥐어짜낸 느낌이 없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여행’을 담은 앨범인 만큼 구성 역시 여행과 맞닿아 있다. 앨범의 문을 여는 곡과 마지막 곡은 ‘출발’을 의미하는 ‘디파처’(Departure)와 ‘도착’을 의미하는 ‘어라이브드’(Arrived)다. 앨범을 들으며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은 윤건의 마음이 담겨 있다고 풀이된다. 출발과 도착 사이 윤건은 ‘자유’(Free)을 맛봤고 ‘자석처럼’ 곁에 두고 함께 하고 싶던 것들과 반짝는 찰나인 ‘선샤인’(Sunshine)을 함께 했다. 브릿팝은 이들을 묶는 연결 고리로 작용했다.

타이틀곡 ‘자석처럼’은 어쿠스틱한 아날로그 감성을 극대화한 브릿팝 장르의 발라드곡이다. 윤건은 이 곡에 대해 “사랑하면서도 늘 싸우곤 한다. 하지만 그래서 더 붙어있고 싶은 연인들의 알콩달콩하면서도 시큰한 느낌을 담았다”고 귀띔했다.


여행 이외에 이번 앨범의 밑바탕이 된 것이 바로 ‘도전’이다. 한없이 섬세한 감성으로 세상과 단절돼 있던 윤건이지만, 사실 그는 ‘인생이 짧기에 일단 하고 보는 스타일’이라고.

“음악을 오래 하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어요.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죽겠다’고 생각했죠.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자 했어요.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이야깃거리가 생기고 자연스레 삶이 변하더라고요. 일본 활동도 큰 도움이 됐고요.”

그렇게 윤건은 신비주의를 깨고 대중 앞으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었다. 반응은 좋았다. 다양한 재주와 여운 짙은 감성을 가진 그에게 여성들은 마음을 빼앗겼다.

“연기와 음악 방송·요리 프로그램 MC 등이 음악 작업에 굉장한 시너지를 냈어요. 경험이 제한적인 음악 작업과 달리 직·간접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고 이것들이 음악에 새로운 에너지로 작용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내 음악이 더 반짝반짝 빛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죠.”

카페를 시작하고 책을 낸 것도 그쯤이다. 그의 음악은 하나의 문화처럼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얽히고설켜있다. 그에게 카페는 음악과도 같다. 인테리어와 커피 추출기, 사람, 음악, 소통 등 카페를 유기적으로 감싸고 있는 것들과 몸소 느끼는 것들이 그에겐 모두 ‘문화’다. 획일화되지 않은 문화처럼 음악도 자신들의 성향에 따라 변화하고 ‘공간’ 안에서 자유롭게 오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그렇게 바뀐 삶을 살다 보니 자연스레 음악에서도 ‘변화’가 묻어나더라고요. 삶이 음악에 영향을 줬어요.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음악으로 대중과 소통하고자 하는 겁니다.”

윤건은 이번 미니앨범을 바탕으로 2014년 정규 앨범 발매를 준비 중이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리티시밴드도 꾸리고자 한다. 이후 밴드와 함께하는 레퍼토리가 완성되면 콘서트를 열고 팬들과 만날 계획이다.

그때까지 그는 앨범 일정과 연말 공연을 생략한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는 다시 한 번 여행을 떠난다. 더 좋은 음악을 위해 자신을 비워내기 위함이다.

“가수들은 노래 제목 따라간다는데 연말과 새해에는 모든 것이 내게 자석처럼 떡떡 붙었으면 좋겠어요.”

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사진제공|센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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