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극우 혐한시위 반대합니다” 7개월째 피켓 든 일본인 교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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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서울대 사쿠라이 교수 광화문 거리서 토요 시위

사쿠라이 노부히데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가 제자들, 일본인 친구(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함께 7일 혐한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가운데는 시위에 동참한 외국인 관광객.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사쿠라이 노부히데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가 제자들, 일본인 친구(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함께 7일 혐한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가운데는 시위에 동참한 외국인 관광객.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일본 보수단체의 혐한(嫌韓) 시위를 반대합니다.’

7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근처 고종즉위40년칭경기념비 앞. 쌀쌀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한 일본인이 혐한 반대 피켓을 들고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귤 한 개와 일본 극우단체들의 혐한 시위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쪽지를 나눠 주고 있었다.

혐한 반대 시위를 하고 있는 주인공은 남서울대 일본어과에 재직 중인 사쿠라이 노부히데(39·櫻井信榮) 교수. 사쿠라이 교수는 5월부터 매주 토요일이면 광화문광장 근처에서 2, 3시간씩 혐한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 23일부터는 일본어과 1학년에 재학 중인 제자 장원준 씨(19)와 원연찬 씨(19)도 함께 하고 있다.

사쿠라이 교수가 이렇게 직접 피켓을 들고 밖으로 나온 것은 일본 극우단체 재특회(재일외국인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의 혐한 시위가 도를 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재특회는 1만4000여 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으며 시위에는 보통 100여 명이 참가한다. 이들은 장기 경제불황 등으로 야기되는 내부 불안을 인종차별을 이용해 해결하려 하며 특히 한인타운이 있는 도쿄 신오쿠보(新大久保) 등지에서 혐한 시위를 열고 있다.

사쿠라이 교수는 일본인 관광객이 특히 많이 찾는 광화문광장이 자신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4월에는 직접 신오쿠보를 찾아 혐한 반대 시위에 참가하기도 했다.

일본 가나자와(金澤) 출신인 사쿠라이 교수가 한국 그리고 한국인에 눈을 뜨게 된 것은 일본 호세이(法政)대 일본문학과 재학 시절 담당 교수가 건네준 재일교포 작가인 김학영의 소설 ‘얼어붙은 입’ 때문. 그는 대학에서 재일교포 문학으로 석사 학위까지 취득한 대표적인 지한파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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