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남성 30%가 조루 경험, 부끄러워 말고 부작용없는 치료제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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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 교수 기고

첫눈이 내리던 날 30대 중반의 남성인 김모 씨가 병원을 찾았다. 김 씨는 며칠 전 동네 의원에서 처방받은 조루 치료제를 복용한 뒤 회사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몸이 처지고 정신을 차릴 수 없다며 혹시 잘못된 곳이 있는 건 아닌가 해서 왔다고 털어놨다.

그는 결혼을 앞두고 있어 조루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각했다. 이전에도 본인이 조루 증상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병원을 찾기가 망설여져 차일피일 미뤘다. 결혼을 앞두고 동네 의원을 어렵게 찾았더니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과 원했던 효과를 보지 못해 더욱 낙담했다.

우선 김 씨가 다른 민간요법이나 허가받지 못한 치료제에 눈을 돌리지 않고 병원을 찾은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많은 남성들이 진료실을 찾기 전에 확인되지 않은 민간요법이나 불법 치료제 등을 시도해 오히려 증상이 악화돼 뒤늦게 병원을 찾는 때가 많다. 결국 치료 기간도 길어지고 무엇보다 환자 본인이 괴롭다.

이성원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교수
이성원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교수
창피해서 조루를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는 남성은 생각보다 많다. 전 세계 남성 10명 중 3명은 조루를 경험했거나 조루로 고통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젊은 층에서는 조루가발기부전보다 많고 나이와 관계없이 발생한다.

하지만 조루라는 병의 특성상 병원을 찾아 적극적으로 치료받는 남성은 아주 드물다. 국내 한 조사에서 전체 환자 중 약 5% 미만에서 병원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병원을 찾기 부끄럽다고 병을 방치하는 것은 더 큰 문제를 만들 수 있다. 조루는 남성 개인에게도 자신감 저하 같은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더 큰 문제는 부부관계에 갈등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내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조루 남성의 이혼율은 건강한 남성에 비해 2배 이상 높다는 결과도 있다. 이 때문에 조루는 빨리 치료해야 한다.

조루는 최근 개발된 치료제를 먹으면 비교적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김 씨처럼 처음 사용한 치료제에 심한 불쾌감이나 구토, 어지러움 등의 부작용으로 약을 계속 쓸 수 없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있다.

필자는 치료제를 고를 때는 효과 외에도 부작용을 주요 요소로 본다. 불행하게도 김 씨는 비교적 부작용이 많이 보고된 약제를 먹은 것이 화근이었다. 조루 치료 때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복약지도를 하고 부작용 정도가 적은 약제로 시작해야 하는데 이런 점이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 더욱이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사용하고 안정성이 입증된 약제 처방이 가능한데도 다른 약제가 사용돼 환자의 고통이 심해졌다.

김 씨에게 다른 약을 처방했고 다음 진료 때 만나보니 부작용 없이 치료돼 걱정 없이 결혼 준비를 하게 됐다고 기뻐했다. 조루도 병이며 증상이 생겼을 때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기를 바란다. 이를 통해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않고 불법적인 경로로 무허가 제품을 구입해 복용하다 부작용을 겪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또 의료진은 치료제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행복하고 아름다운 성생활을 위해서는 환자들이 병을 대하는 자세를 바꾸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이성원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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