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마저… “소나무 재선충병과의 전쟁” 제2 선전포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강원도 2007년 이어 6년만에 발생
경북도 기승… 울진 금강송 군락 위험
산림청 “내년 5월 이전 방제 마무리”… “국가재난에 포함시켜야” 지적도

최근 경남 김해시의 한 야산에서 산림청 관계자들이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를 잘라 훈증처리작업을 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최근 경남 김해시의 한 야산에서 산림청 관계자들이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를 잘라 훈증처리작업을 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11월 30일 경북 포항시 흥해읍의 한 야산. 늘 푸르다던 소나무가 누렇게 변해 말라죽고 있었다. 은행나무 다음으로 오래 산다는, 십장생(十長生) 중 하나인 낙락장송마저 가지가 힘없이 늘어져 있었다. 결국 수많은 소나무가 전기톱에 잘려 나갔다.

이 광경을 신원섭 산림청장과 경북도 관계자 등은 착잡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한번 감염되면 모두 죽는다고 해서 한때 ‘소나무 에이즈’로 불렸던 소나무 재선충병이 전국에서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소나무 재선충병은 제주 경북 경남 등에 이어 최근 강원도에까지 번졌다. 지난달 24일 춘천시 동산면 원창리 강원대 학술림에서 주민이 고사한 잣나무 두 그루를 신고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검사한 결과 4일 재선충 감염을 확인했다. 강원도에서 재선충병이 발생한 건 2007년에 이어 6년 만이다.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가 재선충 확산을 막는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백두대간이 무너진 것이다.

8일 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재선충병으로 말라죽은 소나무는 56개 시군구에서 약 83만6700그루(10월 말 현재). 지난해엔 50만6000여 그루였다. 경북지역은 10개 시군으로 번지면서 울진의 금강송 군락마저 위협받고 있다.

산림청은 내년 4월까지 43만여 그루가 더 감염돼 모두 120만 그루가 말라죽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0월 긴급방제 특별대책을 발표한 산림청은 전 직원을 총동원해 재선충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재선충병 매개충이 기승을 부리는 내년 5월 이전까지는 방제를 마무리하기 위해 내년 4월까지 말라 죽은 소나무를 모두 없앨 계획이다.

산림청은 또 제주, 포항 등 피해가 심한 지역엔 산림조합 기능인 영림단 1000여 명과 현장 특임관 8명을 두고 관리하기로 했다.

산림청은 올해 말과 내년 2∼5월 12개 시도의 100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헬기(연 49대)를 띄워 죽은 소나무, 잣나무를 찾는 ‘재선충병 항공정밀조사’를 할 계획이다. 국·사유림은 물론이고 문화유적지, 군사보호구역 등 다른 부처가 맡고 있는 숲도 공동협력예찰로 재선충병 방제하기로 했다.

산림청은 재선충병이 확산에 따라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특별법’을 엄격하게 적용할 방침이다. 법에 따르면 소나무 잣나무 등 소나무류를 함부로 옮기면 관련법에 따라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한편 소나무 재선충병에 의한 피해를 구제역과 같이 국가재난의 범위에 포함시켜 국가 차원에서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