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비 내야 받아주겠다… 후원금 받아오면 A+ ”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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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현장실습 받으러간 민간기구의 속모습

대학생 정모 씨(24·여)는 얼마 전 비정부기구(NGO)인 A기관에서 사회복지현장실습을 했다. 영세한 복지관보다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곳이면 좋은 스펙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곳은 실습 강도가 높다고 알려진 기관이다.

문제는 학생이 A기관에 비용을 내야 실습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5주 동안의 실습비(7만 원)에 식비(3만 원)를 합쳐 10만 원을 내고서야 실습을 받을 수 있었다. 인턴이나 실습교육생에게 활동비나 월급을 주는 민간기관과는 정반대인 셈.

정 씨가 더욱 실망한 부분은 교육을 받는 시간이 딱히 없었다는 사실이다. A기관이 후원자를 모집하는 캠페인을 할 때, 옆에서 보고 배우는 식이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방과후 수업은 실습생이 진행했다. 담당교사는 가끔씩 들르는 정도였다.

이모 씨(22·여)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지역아동센터에서 3주간 실습을 하면서 5만 원을 냈다. 이 씨는 “조리보조,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교회 일까지 했다. 실습을 통해 배우는 것이 없어서 실습비를 내는 게 부당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후원자 모집은 실습생에게 또 다른 부담으로 다가왔다. 정 씨는 부모님과 전 남자친구까지 동원해 후원자 6명을 모집했다. 모집 실적이 성적과 연계되니 어쩔 수 없었다. 정 씨는 “기관에서는 지인 외의 후원자를 개발하라고 하지만, 시간이 없을뿐더러 관련된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해 가족을 동원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 단체의 다른 지부에서 실습한 이모 씨(25·여)는 기관으로부터 “후원자를 3명 이상 받아오면 넌 (성적이) A+야”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사회복지를 전공하는 대학생은 졸업하기 전까지 120시간 이상의 현장실습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정당한 보수나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하고 현장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민간 자원봉사센터에서 실습했다는 신모 씨(28)는 “배운 내용이 많았다면 실습비를 부담하는 게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겠지만, 그게 아니라서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습기간에 했던 일은 사회복지사로서 꼭 필요한 업무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기관은 “실습비는 프로그램 진행비, 회의비, 식비 등 실습생 교육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행정비로 투명하게 지출한다. 후원금과 정부지원금으로 운영되는 사회복지기관이 실습비까지 지원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 이 기사는 고려대 미디어학부와 함께한 공동기획입니다. 취재에는 북한학과 3학년 배동주 씨가 참여했습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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