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곳간 10월 17일 바닥날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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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 재무, 의회에 부채한도 확대 요청 “보유액 300억달러 미만… 이자 못갚아”
각종 기관 “20일경엔 국가부도 위험”… 공화당은 “정부의 엄살” 협상 거부

미국 재무부는 연방정부가 국가부도에 빠질 수 있는 시기를 다음 달 17일로 못 박았다. 이날 하루 국고에 남아 있는 현금은 300억 달러(약 32조 원)이며 당일 빠져나갈 돈만 600억 달러여서 채무지급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질 것으로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국가부도 가능성은 낮게 보면서도 2011년 8월 사상 첫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을 불러왔던 시장 혼란이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제이컵 루 재무장관은 25일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다음 달 17일이 지나면 보유 현금이 300억 달러 미만으로 떨어져 국채 이자를 갚기도 어려워진다”며 “국가부채한도액을 서둘러 올려 달라”고 요청했다. 뉴욕타임스(NYT)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세계 유력 언론들은 미 연방정부가 협상 시한을 통보하면서 의회에 최후통첩을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당초 미 재무부는 10월 중순 현금 보유액이 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지만 세수가 적을 것으로 예상되자 의회에 ‘긴급구조신호(SOS)’를 보냈다.

미국은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매년 국가부채 한도를 의회가 승인하고 있다. 이미 2월 말 올해 국가부채 한도인 16조7000억 달러에 가까워지자 임시방편으로 각종 지출을 줄여 디폴트를 막았다. 17일 이후 연방정부가 지급해야 할 돈만 수백억 달러에 이른다.

협상테이블에 나서지 않고 있는 공화당은 ‘정부의 엄살’이라며 평가절하하고 있지만 각종 기관은 늦어도 20일경 국가부도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일제히 경고했다.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은 재무부에 ‘우선 급한 대로 다른 지출을 줄이고 국채 이자만 지급하라’고 통보했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다.

NYT는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과의 국가부채 한도 증액 협상에서 어떤 조건도 달지 말라며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협상 불발 가능성을 낮게 보지만 결렬되면 연방 수정헌법 14조에 근거해 대통령이 단독으로 국가부채 한도를 늘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미 경제계는 이를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출구전략과 2014 회계연도 예산안을 둘러싼 의회 갈등으로 인한 다음 달 1일 연방정부 폐쇄 가능성보다 더 큰 악재로 보고 있다. 이른바 ‘3대 악재’다. 미국 싱크탱크인 초당적정책센터(BPC)의 스티븐 벨은 “선진국이 제때 빚을 갚지 않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가능성은 낮지만) 미국이 디폴트에 빠지면 대공황에 버금가는 사태가 올 것”이라고 NYT에 밝혔다. 실제로 2011년 8월 국가부채 한도를 둘러싼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국가신용등급을 내렸다. 이로 인해 금융시장에서 사라진 돈만 최소 190억 달러(약 20조 원)에 이른다고 BPC는 밝혔다.

미 금융전문가들은 다음 달 10일부터 시장에 본격적인 여파가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미국 재무부#국가부도#루 재무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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