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보청기 착용 후에도 청력변화 흔해… 갑자기 잘 안들릴 땐 병원 다시 찾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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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이비인후과

김성근 김성근이비인후과 원장(위쪽)이 보청기를 착용한 여성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김성근이비인후과 제공
김성근 김성근이비인후과 원장(위쪽)이 보청기를 착용한 여성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김성근이비인후과 제공
노인성 난청은 이비인후과 약물치료나 수술치료가 불가능할 때 보청기의 도움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난청의 형태나 정도도 다양하고 같은 정도의 난청이라도 개인에 따라 특성이 다르다. 사전에 여러 가지 정밀한 청력검사와 난청검사를 통해 기종과 종류를 선택하고 조정과정을 거치면서 이비인후과 치료 여부에 따라 반드시 종합적인 처방을 받아야 한다.

노인성 난청은 초기에 조용한 곳에서는 듣는 데 전혀 불편하지 않지만 주변이 시끄럽거나 넒은 공간, 예를 들면 교회나 성당 호텔로비와 같은 곳에서는 선명하게 들리지 않는다. 또 말을 어눌하게 하거나 말을 빨리 하면 알아듣기 힘들어진다. TV로 뉴스 스포츠 다큐멘터리를 볼 때보다는 드라마를 시청할 때 어려움을 겪는다. 이럴 때 어르신들은 ‘소리는 잘 들리는데 깨끗하게 들리지는 않는다’고 호소한다.

노인성 난청이 더 진행되면 대화 소리와 주변의 불필요한 소음을 가려 듣는 기능이 점점 약해지고 넓은 공간에서 마이크를 통해 소리를 들을 때 무슨 말인지 전혀 못 알아듣게 된다. 그 결과 여럿이 동시에 대화를 하거나 주변이 시끄러운 식당이나 결혼식장 같은 행사장, 교회, 성당 같은 곳에서는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가 된다.

이 시점부터는 TV를 볼 때 소리를 너무 크게 틀어 불편할 정도라고 가족이 말하기도 하고 외부인을 만나는 시간보다 점점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게 된다. 상대방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자기 얘기만 하면서 전보다 고집스러워지고 상대방을 의심하는 성향이 생길 수도 있다. 더 심해지면 대화를 부담스러워해 처음 만나는 자리나 시끄러운 환경 또는 여러 사람과 대화하는 자리는 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된다. 노인성 난청으로 인한 우울증이나 치매의 유병률 상승의 상관관계는 이미 외국의 여러 연구논문을 통해 밝혀져 있다.

한국어는 저주파수 영역대에 몰려 있어 노화성 난청으로 인한 불편함을 늦게 인지하고 노후에는 서구에 비해 문화생활이 상대적으로 다양하지 않아 난청의 심각성을 깨닫는 기회가 적은 편이다. 이 때문에 대체로 늦게 병원을 찾게 돼 이미 보청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달팽이관과 청신경의 손상이 심한 상태를 보이는 사례가 많다. 값비싼 보청기를 구입해도 효과를 보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에서 보청기를 쓰는 상당수는 외국에 비해 만족도가 현저하게 낮다. 이는 보청기에 대한 사전지식이 부족해 단순한 전자기기로 여겨 구매하려 하고 판매 및 영업에만 신경을 쓴 부적절한 처방, 불충분한 평가, 부실한 사후관리 등이 원인이다.

보청기 착용 후에도 흔히 청력 변화가 올 수 있다. 고령기에는 삼출성중이염으로, 모든 연령대에서는 돌발성난청이나 유전성난청, 외이도염으로 청력이 떨어진다. 이럴 때는 곧바로 이비인후과의 약물치료나 수술이 필요하다.

보청기를 착용한 뒤 갑자기 잘 안 들리는 때는 우선 청력검사와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아 앞에서 말한 질환이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를 무시하고 보청기에 문제가 있다고 단정하고 조정하려고 하면 악화된 난청의 치료 시기를 놓치는 위험이 따른다.

김성근 김성근이비인후과·청각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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