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보시라이 무기징역, 중국 관료사회는 달라질 것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3일 03시 00분


중국 법원은 뇌물수수, 공금횡령,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된 보시라이 전 충칭 시 서기에게 어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법정 최고형인 사형은 면했지만 정치권리의 종신박탈, 개인재산 몰수 등의 처벌도 함께 선고돼 그의 정치생명은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았다. 중국 정부의 일벌백계(一罰百戒)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보시라이가 2심 재판에 항소하더라도 결과가 번복될 가능성은 적다. 정치국 상무위원을 지낸 인사는 형사처벌하지 않는다는 관행이 깨질지 관심사다. 중국 지도부가 당, 군, 관료층에 포진한 보시라이 지지 세력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司正)을 통해 권력을 공고히 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보시라이 재판은 단기간의 압축 성장과정으로 주요 2개국(G2)에까지 오른 중국이 속으로 얼마나 곪아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한때 차기 중국 최고지도부 진입이 유력했던 보시라이는 수십억 원대의 뇌물을 챙기고 천문학적인 공금횡령을 하는 것도 모자라 자식에게까지 부의 대물림을 시도했다. 수하에 있던 왕리쥔 전 충칭 시 공안국장이 망명하려고 급작스레 미국 영사관에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거대한 부패의 고리도 드러나지 않았을 개연성이 크다.

중국에서 복마전(伏魔殿)과도 같은 공직사회의 비리는 보시라이뿐만이 아니다. ‘관시(關係·관계)’와 돈(뇌물)만 있으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게 중국 사회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작가 조정래가 소설 ‘정글만리’에서 “웬만큼 성공한 사내 치고 ‘얼나이(첩)’ 한둘 없는 사람이 없다. 돈만 있으면 염라대왕 문서도 고친다”고 한 말이 허구로만 들리지 않는다.

음습한 비리 구조 속에서 공무원들은 공복(公僕) 의식이 희박하다. 공직사회의 비리를 파헤쳐야 할 언론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공산당의 하부조직에 불과한 사법부도 부패 척결을 주도할 힘이 없다.

시진핑의 반(反)부패운동이 정적(政敵)을 제거하고 반대파를 몰아세우는 정치쇼에 그치지 않고 진정한 개혁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세계 2위의 경제력만으로는 국제사회의 존경을 받는 지도국이 될 수 없다는 점은 자명하다. 민주주의와 소프트파워를 기르지 않으면 중국의 부패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것이 역사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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