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도 놀란 朴대통령 국회방문 깜짝 카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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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순방 귀국보고’ 전례 없어

12일 청와대의 대통령 및 여야 대표 3자 회동 제안을 지켜보던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깜짝 놀랐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국회로 방문하겠다는 것은 당청 간 논의 중에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는 새로운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4일 해외 순방을 떠나기 전 박 대통령에게 “순방 후 귀국 보고 형식으로 양자 내지 3자 회담을 제안해 주면 좋겠다. 늦어도 추석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건의를 여러 차례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순방 전까지는 듣기만 하고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순방 이후 회담 제안 쪽으로 청와대 기류가 변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있었지만 당연히 대통령이 청와대로 초청하는 형식의 회담으로 생각했다. 역대 대통령 중에 순방 보고를 국회에서 한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국회 방문이라는 깜짝 카드로 민주당에 큰 선물을 약속하지 않고도 회담이 성사될 수 있었다”며 “대통령이 보안을 지키기 위해 우리에게도 알려주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발표 후 놀라서 청와대에 누가 이 아이디어를 냈는지 알아봤더니 대통령이 직접 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민주당도 대통령이 국회를 직접 찾아오는 모양새를 취하자 회담을 거부하는 데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민주당이 회담을 거부하더라도 국회를 방문해 국회의장단에 귀국 성과 설명을 할 예정이었다. 민주당이 회담을 거부하면 직접 집을 찾아온 대통령을 문전박대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청와대는 미국 대통령처럼 대통령이 수시로 국회를 방문하겠다는 대선 약속을 실천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에도 국회를 방문해 문희상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났고, 정기국회 시정연설을 국무총리에게 대독시키지 않고 직접 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며 “국회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방문하는 기회가 종종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대통령#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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