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국회 보내 혁명 교두보 구축”… RO 총선前에도 결의대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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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내란음모혐의 수사]
■ 공안당국 “작년 3월 분당서 모임”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이끄는 지하조직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는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이 의원의 국회 입성을 ‘혁명의 교두보를 구축하는 것’으로 여기고 지지 대회를 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의원은 당시 부정경선을 통해 통진당 비례대표 후보 2번이 돼 결국 당선됐다.

30일 공안당국에 따르면 RO는 지난해 3월 경기 성남시 분당의 K상가 건물에서 모임을 갖고 이 의원의 국회 진출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지지 대회를 가졌다. 여기서 RO 조직원들은 국회를 ‘혁명의 교두보’로 삼는다는 결의를 다진 것으로 알려졌다. 무명에 가까웠던 이 의원은 같은 달 실시한 통진당의 비례대표 경선에서 27%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하면서 결국 4월 총선에서 비례대표 2번으로 국회에 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 의원이 비례대표 선출을 위해 실시된 온라인 투표에서 얻은 표의 60% 가까이가 중복 인터넷주소(IP)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되는 등 이 의원에게 표를 몰아주기 위한 부정경선 사실이 적발돼 관련자가 구속되기도 했다.

RO는 이 의원이 당선된 뒤인 지난해 6월에 다시 모임을 갖고 통진당 당직자 경선에서 RO 조직원들이 승리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 의원 등은 부정경선으로 인한 제명 사태를 극복하고 통진당의 당권을 다시 장악했다. 공안당국은 이 과정에서 RO 조직원들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정원은 이 의원 외에도 6명 이상의 RO 조직원이 통진당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 의원은 올 3월 경기 광주시 곤지암에서 열린 회의에서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에게 △비상시국 연대조직을 결성하고 △광우병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대중 선전전을 시작하며 △미군 레이더기지 등 주요 시설에 대한 정보 수집을 하라고 지시했다.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은 ‘현 상황이 전쟁’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당국은 이 의원의 RO가 철저한 보안 유지를 가장 중요한 행동 원칙으로 삼은 사실도 밝혀냈다. RO 모임을 가질 때는 모든 조직원이 ‘비폰’(비밀 휴대전화)만 켜놓고 개인 휴대전화와 노트북, 태블릿PC 등을 끄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RO에 가입하면 e메일 내용을 암호화해 해킹으로부터 보호하는 PGP라는 암호화 프로그램을 나눠주고 사용법을 숙지하게 했다. 이 프로그램은 무상으로 공개된 것으로 사용자끼리만 내용을 볼 수 있으며 전송 도중 내용이 변경됐는지도 확인할 수 있어 미국 등지에서 널리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당국은 그동안 40여 차례의 RO 모임에 대한 감청을 통해 확보한 6000여 쪽의 녹취록 내용을 바탕으로 이 의원 등의 내란음모 혐의를 입증할 예정이다. 이 녹취록에는 총을 살 수 있는 방법, 장난감 총 개조방법, 밥솥 폭탄 만드는 법 등이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이정희(통진당 대표)나 김재연(통진당 소속 의원)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다. 유시민은 반동분자”라는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안당국은 RO 역시 민혁당이나 ‘왕재산 간첩단’ 등 간첩단 조직과 운영방식이나 성격이 유사하고, 민혁당 잔존 세력이 참여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북한과 지속적으로 연계가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공안당국은 2011년과 2012년 RO의 조직원들이 수차례 밀입북한 뒤 돌아와 이 의원 등에게 이를 보고했다는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공안당국은 이번에 압수수색했던 여행사와 사회동향연구소가 RO의 자금줄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1년 설립된 사회동향연구소는 통진당과 좌파단체들의 여론조사를 주로 맡았고 이 의원이 사내이사로 활동했던 곳이다.

국정원은 이날 우위영 전 통진당 대변인의 서울 영등포구 원룸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한편 공안당국은 이 의원의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에서 발견된 현금 1억5000만 원 가운데 600여 달러와 1만 루블(약 33만 원)이 있었던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비록 소액이긴 하지만 루블화를 갖고 있다는 것은 북한과의 연계를 추정할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안당국 관계자도 “RO와 북한과의 연계 여부는 이번 내란음모 사건의 핵심”이라며 “앞으로의 수사는 그 부분이 초점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성철 채널A 기자·수원=남경현·유성열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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