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진당 이석기의 내란음모 혐의, 北 연계 여부 밝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9일 03시 00분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과 당직자, 좌파 단체 관계자들이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국가정보원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들 중 3명이 체포됐다. 국정원은 어제 이 의원을 비롯한 10명의 자택과 사무실 등 18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채널A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국가 기간시설 파괴와 인명 살상 방안을 모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의원은 동조자들에게 북한이 남침하면 6·25전쟁 때 파출소나 무기보관소를 습격한 빨치산들의 활동처럼 북을 도울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2004년부터 서울과 경기 일원에서 비정기적으로 비밀 회합을 가지면서 이런 지시를 했고 연루자가 100∼200명이 된다는 것이다. 3년 전부터 내사를 해온 국정원은 ‘유사시에 대비해 총기를 준비하라’ 같은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남한에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려던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의 경기남부위원장 출신이다. 이 사건으로 2003년 초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그해 광복절 사면으로 풀려났으나 전향 의사를 밝힌 적은 없다. 주체사상파인 NL(민족해방) 계열로 알려진 경기동부연합을 이끌면서 통진당 당권을 장악해 지난해 4월 총선 때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그는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는 발언으로 종북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내란음모 혐의를 받는 사람이 어떻게 국회의원까지 됐는지 아연할 지경이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인 지난해 9월 전시(戰時)사업 세칙을 개정해 전시 상태가 선포되는 경우를 3가지로 구체화했다. 그중 하나가 ‘남조선 애국역량의 지원 요구가 있거나 통일에 유리한 국면이 마련될 경우’다. 남조선 애국역량이란 곧 종북 세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북한이 그동안 적화 통일을 위해 남한 내 정당이나 사회단체 등과 연계를 맺는 전술을 치밀하게 구사했음을 알 수 있다.

통진당 인사들은 두 차례나 일심회, 왕재산 같은 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적이 있다. 국회 본회의장에 최루탄을 터뜨리고 정당한 의정 활동을 방해하는 의회 폭력에 연루된 의원도 한두 명이 아니다.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해체 등을 내세운 통진당의 강령 자체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그런데도 분기마다 국민 세금으로 정당 활동 보조금을 받고 있다. 이번 내란음모 사건이 사실로 드러나면 통진당의 해산까지 검토해야 한다.

통진당은 ‘유신의 부활’ ‘공안 탄압’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의 물 타기’ 운운하며 수사에 반발하고 압수수색 집행을 방해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용공 조작이 가능한 시대가 아니다. 국정원과 검찰은 충격적인 사건인 만큼 철저한 수사로 진상을 명백히 밝혀내야 한다. 다만 국가안보를 위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 이번 수사가 적법 절차 시비에 걸려 흐트러지지 않도록 수사 과정에서 한 치의 허점도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통합진보당#이석기#좌파 단체#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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