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터진 귀성열차표 인터넷 예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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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신청 2회 넘으니 대기순번 끝으로 밀려… 내 앞에 다시 100만명”

27일 오전 5시 30분.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상현 씨(34)는 추석 때 고향 가는 KTX 열차표를 예매하려고 컴퓨터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예매 시각인 오전 6시가 됐을 때 ‘명절 승차권 예약하기’ 버튼을 눌렀다. 기대한 예약화면 대신 ‘98만3385명 접속 대기 중’이라는 메시지만 떴다. 98만여 명이 모두 표를 신청할 때까지 기다리라는 뜻이었다.

10여 분이 지나 김 씨 차례가 돌아와 겨우 예약화면에 접속했지만 원하는 표는 매진이었다. 시간대를 바꿔 신청해도 마찬가지. 재차 신청하려 하자 ‘예약 요청이 2회를 넘었다’며 화면이 닫히고 다시 대기 상태로 바뀌었다. 이번에는 김 씨 앞의 대기자가 100만 명을 넘었다. 접속이 끊기기까지 했다. 1시간 동안 ‘대기-신청-실패’를 반복하다 결국 예매를 포기했다.

27일 경부선 충북선 경전선 등 6개 노선을 시작으로 올해 추석 기차표 인터넷 예매가 시작된 가운데 낯설고 비효율적인 예약시스템 때문에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코레일은 지난해 예매 신청이 한꺼번에 몰려 서버가 마비될 지경에 이른 점을 감안해 올해부터 일종의 번호표를 나눠주는 대기제도를 도입했다. 신청이 폭주할 가능성을 차단한 덕에 코레일 전산망에 과부하가 걸리진 않지만 신청자들의 허탈감은 더 커졌다. 시간대별로 좌석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는 신청자들로선 단순히 감에 의존해 신청했고 두 번의 기회를 날린 뒤 다시 처음부터 대기해야 했다. 접속 지연이나 시스템 오류 같은 해묵은 문제도 여전했다.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좌석이 없어 예매를 못했는데 왜 예매 창을 닫아버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코레일 측은 “예매화면에 접속한 사람들이 표를 구할 때까지 계속 신청하면 다른 사람들이 아예 기회를 얻지 못할 수 있어 예매 신청을 제한하고 대기토록 하는 제도를 만들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코레일이 서버용량을 미리 충분한 수준으로 늘렸다면 굳이 번호표를 나눠줄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코레일 홈페이지의 동시 접속자는 55만8000명으로 지난해 추석(30만8000명)보다 81.4% 늘어난 역대 최대치였다. 최대 대기인원은 115만4864명에 이르렀다. 코레일 측은 “서버를 기존 11대에서 37대로 늘렸지만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몰렸다”며 “예매시간을 늘리는 등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29일에는 호남선 태백선 영동선 등 7개 노선에 대한 인터넷 예매가 오전 6∼9시에 실시된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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