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명 스님 모두 참여하는 직선제 검토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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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 스님, 9월 태고종 총무원장 취임

11세 때 생일불공을 해 준다는 어머니를 따라온 절에서 내려오고 싶지 않아 그대로 출가했다는 도산 스님. “자신이 서 있는 곳을 잘 알고 만족하는 것에서부터 행복은 시작된다”는 게 스님의 말이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11세 때 생일불공을 해 준다는 어머니를 따라온 절에서 내려오고 싶지 않아 그대로 출가했다는 도산 스님. “자신이 서 있는 곳을 잘 알고 만족하는 것에서부터 행복은 시작된다”는 게 스님의 말이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대한불교조계종에 이어 불교 내 제2종단으로 꼽히는 한국불교태고종. 분규와 잇따른 소송으로 어려움을 겪던 태고종이 달라졌다.

지난달 치러진 총무원장 선거는 선거인단이 대폭 확대되고, 처음으로 후보자 토론회를 3차례나 개최해 개혁의 출발점이 됐다. 22일에는 총무원 집행부 인선을 위한 인사검증위원회가 열린다.

9월 26일 취임 법회를 갖는 신임 총무원장 도산 스님(68)을 19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에서 만났다.

―조계종에서도 못하고 있는 선거 민주화를 보여줬다는 의견이 많다.

“선거인단을 80여 명에서 140여 명으로 늘려 참여를 확대했다. 무엇보다 후보 4명의 정책을 비교해볼 수 있었던 토론회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

―멸빈(滅빈·승단에서 영구 추방)됐다가 종단 수장에 올랐다.

“2008년 종단 개혁을 위해 총무원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가 위계질서를 어겼다는 이유로 멸빈됐다. 그렇지만 최종 심사에서는 무혐의 처리됐다.”

―종단 민주화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아직 멀었다. 종단 스님 8000여 명이 모두 참여하는 직선제도 검토해야 한다. 직선제를 통해 스님들이 선택하고 책임지는 풍토가 생겨야 한다.”

―태고종은 오랜 침체기를 겪었다. 교세는 어떤가.

“정부에 신고된 자료를 기준으로 500여만 명의 신자에 3200여 개의 사찰이 있다. 무엇보다 태고종은 1700년 불교의 뿌리를 이어 온 전통종단, 정통종단이다. 앞으로 신자들의 일상과 밀착한 생활불교로 자리 잡도록 노력하겠다.”

고려시대 보우 스님을 종조로 하고 있는 태고종은 출가자의 결혼을 금지하지 않아 대처승단으로도 불린다. 한때 불교 최대 세력이었으나 광복 이후 비구 측과 갈등을 겪다 1970년 태고종이라는 명칭으로 다시 출발했다. 태고종과 조계종은 비구-대처의 대립기를 각각 ‘법난(法難)’과 ‘정화운동’으로 다르게 규정하고 있다.

―조계종과의 대화는….

“두 종단의 관계는 현실의 남북관계와 비슷하다. 지금은 싸운 뒤 갈라서 있지만 그 시간은 우리 불교사에서 극히 짧다. 뿌리가 같기 때문에 교류하면 더욱 좋은 관계가 될 것이다.”

―인사추천위원회 구성도 파격적이다.

“총무원장이 그냥 임명하는 게 아니라 다양하게 추천받아 인재풀을 만들자는 취지다. 종단 개혁에 실패하면서 인재 육성에도 실패했다. 인재가 없으면 종단의 미래도 없다.”

―총무원장의 권한을 대폭 줄인다는 말도 나온다.

“많은 역할을 각 교구로 넘길 생각이다. 연임에 연연할 생각도 없다. 4년 임기 중 기초는 만들 수 있지 않겠나.”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도산 스님#태고종 총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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