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비싼 강남3구, 서울 폐업주유소 1∼3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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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료 비싸 기름값 더 받아도 손해”
8곳 있던 청담동, 5년새 2곳만 남아

회사원 주현철 씨(35)는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집에서 종로 회사까지 차를 갖고 출근할 때면 평소보다 더 긴장을 하게 된다. 그가 평소 다니는 종로에선 주유소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돌고 돌아 경복궁이나 을지로 쪽 주유소를 가더라도 기름값이 집 근처 주유소에 비해 200∼300원 정도는 비싸다. 주 씨는 “기름 넣는 것을 깜빡하고 시내에 들어왔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며 “요즘 시내나 강남에선 기름 넣을 곳이 너무 없다”고 말했다.

동아일보가 주유소협회의 폐업 주유소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에선 땅값이 비싼 지역의 주유소 폐업이 두드러졌다. 강남구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5년 동안 모두 19곳의 주유소가 폐업해 서울에서 주유소가 가장 많이 사라진 지역으로 나타났다. 이어 송파구(15곳) 서초구(13곳) 순으로 이른바 ‘강남3구’가 서울 지역 폐업주유소 순위 1∼3위를 차지했다. 특히 강남구 청담동은 5년 사이 모두 6곳이 문을 닫아 주유소가 이제 2곳밖에 남지 않았다. 청담동 명품거리 주변의 한 주유소는 의류업체 매장으로 변신하는 등 폐업한 주유소 터에는 대부분 다른 업종의 건물이 세워졌다.

강남뿐 아니라 도심권인 종로나 중구도 사정은 비슷했다. 종로구는 5년 동안 4곳의 주유소가 문을 닫아 이제 9곳만 영업 중이다. 중구 역시 4곳이 폐업해 12곳만 영업하고 있다. 주유소 업계 관계자는 “임차료가 비싼 지역에선 기름값을 다른 곳보다 조금 비싸게 받더라도 수익이 크게 나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주유소를 폐업한 뒤 빌딩을 세우는 등 업종을 바꾸는 곳이 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폐업주유소#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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