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속 화마에 맞서 싸우다 탈진한 30대 소방관 끝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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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U 제복이 존경받는 사회]
경남 김해소방서 김윤섭 소방교 순직… 올들어 3번째 희생
1계급 특진-옥조근정훈장 추서

심야에 발생한 공장 화재를 진압하던 30대 소방관이 과로와 탈진으로 순직했다.

경남 김해소방서 생림119안전센터에 근무하던 김윤섭 소방교(33·사진)가 경남도소방본부의 출동 지령을 받은 것은 17일 0시 11분. 동료와 함께 펌프차에 올라 3km 떨어진 생림면 안양리 폐타이어 처리 공장인 대림수지에 0시 13분경 선발대로 도착했다. 뒤따라 센터 소속 구급대원 2명도 합류했다. 공장은 시뻘건 화염에 휩싸인 상태였다.

화재 현장에서 선두에 서는 ‘방수장’인 김 소방교가 호스를 뽑아들고 진압에 나섰으나 불길은 더욱 거세졌다. 김해소방서에 총원 비상령이 내려지면서 동료들이 속속 도착했고 인근 양산과 밀양소방서에서도 지원을 나왔다. 20여 대의 장비와 200명 가까운 소방대원들이 불길을 잡으려 애썼으나 불은 오히려 옆 공장으로 번졌다. 가까스로 큰 불길을 잡은 오전 4시 반경, 지휘부에서 “조금 쉬었다가 잔불을 잡자”고 해 대부분의 소방대원들이 헬멧을 벗고 생수를 마시며 한숨을 돌렸다.

비번이지만 현장에 나왔던 생림119센터장인 전시영 소방위(56)가 핵심 요원인 김 소방교를 찾았으나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눈에 띄지 않았다. 휴대전화도 신호만 갈 뿐 받지를 않았다. 신열우 경남도소방본부장은 화재 진압과 동시에 김 소방교를 수색하도록 지시했다.

날이 밝고 화재 진압이 끝나갈 무렵이던 오전 7시 50분경 한 대원이 김 소방교를 발견했다. 그는 화재 현장에서 15m가량 떨어진 잡풀이 무성한 산등성이에 반듯이 누운 채 숨져 있었다. 당시 김 소방교는 화재진압복은 입고 있었으나 장갑과 헬멧, 신발 등은 모두 벗은 상태였다. 휴대전화도 진압복 안에 입은 옷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김 소방교가 무더운 날씨에 장시간 화재 진압을 하면서 고온의 복사열로 탈수와 탈진 현상이 심해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소방교는 부산 부경대를 졸업한 뒤 2008년 1월 소방공무원을 시작해 창녕소방서를 거쳐 밀양소방서 하남119안전센터에서 근무하다 지난달 22일 생림119안전센터로 옮겼다. 유족으로는 어머니 신모 씨(75)와 부인 김모 씨(31), 아들(4)과 딸(3)이 있다. 동생 일섭 씨(32·회사원)는 “형은 평소 과묵하면서도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처리했다”며 “다부진 체격에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관리를 잘했던 형이 탈진으로 숨졌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시영 소방위는 “김 소방교는 착실하고 원칙에 충실한 대원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경남도소방본부는 17일 김 소방교를 1계급 특진시켜 소방장으로 발령하고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장례식은 19일 오전 김해소방서장(葬)으로 치른다. 소방관 순직은 해마다 8명 안팎, 부상은 340여 명에 이르고 있다. 올해 희생된 소방관은 3명이다.

김해=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소방관#김윤섭 소방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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