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드림/도시락 토크 CEO와 점심을]<2>최현만 미래에셋생명 부회장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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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처졌다고 한방 노리는건 되레 시간낭비”

청년취업 준비생들이 13일 서울 중구 수하동 센터원빌딩에서 열린 두 번째 청년드림 도시락 토크에서 최현만 미래에셋생명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이야기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청년취업 준비생들이 13일 서울 중구 수하동 센터원빌딩에서 열린 두 번째 청년드림 도시락 토크에서 최현만 미래에셋생명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이야기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지방대를 졸업했는데도 고속으로 승진하고, 그룹 부회장까지 오른 비결이 뭔가요?” (강혜원 씨·21·여·국립한밭대 건축과)

“젊은 시절 ‘인생역전’ 한 방을 노리다가 시간만 허비한 적이 있습니다. 노력만이 답이죠.”(최현만 미래에셋생명 수석부회장)

13일 서울 중구 수하동 센터원빌딩에서 최 부회장은 20대 청년 6명과 마주앉았다. 그는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가 주최한 ‘청년드림 도시락토크-CEO와 점심을’ 프로젝트의 두 번째 멘토. 최 부회장은 ‘성공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죽도록 노력하라”고 조언했다. 경험에서 우러난 그의 답변은 평범한데도 울림이 있었다.

이날 도시락토크에는 강 씨를 포함해 임평화(23·한동대 경영) 최경락(25·서강대 영미어문) 박한별(24·건국대 영어영문) 차경수(24·한경대 응용수학) 장윤서 씨(24·여·베이징대 사회학)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최 부회장이 걸어온 인생, 그가 금융투자업계에서 이룬 혁신, 미래에셋그룹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도시락토크의 문을 두드렸다.

○ ‘한 방’은 없다, 노력만 있을 뿐…

최 부회장은 지방대 출신으로 차별을 극복한 비결을 긴 시간을 들여 설명했다. 전남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최 부회장은 1989년 한신증권(현 동원증권)에 입사했다. 7년 만인 1996년에 지점장을 맡았고 이듬해에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을 만났다. 이후 박 회장과 함께 미래에셋의 기초를 닦았고 사회생활 11년 만인 2000년엔 미래에셋증권 사장이 됐다. 또래 친구들이 과장, 차장일 때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것이다.

“8남매 중 막내입니다. 부모님이 농사를 지었으니 저한테까지 올 학비가 없었죠. 설상가상으로 중학교 때 태권도 경기를 하다 크게 다치는 바람에 졸업도 1년이 늦어졌어요.”

대학입학 준비를 하던 1980년에는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났다. 최 부회장은 연필을 던지고 거리로 나섰다. 대입이 또 늦어졌다. 군대를 제대하자 남들보다 2년 뒤진 나이가 걱정됐다. ‘한 번’에 모든 걸 뒤집어 보겠다고 무등산에 들어가 행정고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3년 반을 준비했지만 계속 낙방했다. 최 부회장은 “늦은 2년을 만회하려고 ‘한 방’을 노리다 오히려 3년이 더 뒤처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을 졸업한 건 결국 남들보다 5년 늦은 1990년. 최 부회장은 증권사에 입사하면서 이를 악물었다.

“목표를 가지고 죽도록 노력하다 보니 내가 지방대 출신이라는 콤플렉스를 가질 틈이 없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길게 답변을 했는데 대학 이름은 한 번도 안 나왔죠?” 그의 말에 강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최 부회장은 말을 이어가며 연신 청년들의 눈을 마주보고 이름을 불렀다. 전체를 언급할 때는 ‘우리 후배들’이라는 표현을 썼다. 한 번 만난 인연도 소홀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자신만의 철학 때문이다.

○ ‘하고 싶은 일’ 대신 ‘잘하는 일’ 찾아야

장윤서 씨는 자신의 고민을 질문으로 바꿔 물었다. 장 씨는 “넓은 세상을 배우려 중국행을 택했다가 귀국하니 국내 대학이 취업경쟁의 장이 돼 있더라”며 “안타까우면서도 나는 준비가 안 된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잠시 고민하던 최 부회장은 “어렵다는 대답을 해 줄 수밖에 없다”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는 “직장이 쏟아져 나오던 고(高)성장시대는 끝났다. 여러분은 우리 세대보다 훨씬 더 열심히 해도 취업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인내를 갖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할 기회를 찾아라”라고 조언했다. 청년취업이 어려운 지금 같은 시대에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충고는 이제 청년들에게 섣불리 할 수 없는 말이 됐다는 설명이었다. 이어 최 부회장은 “중국어에 능통한 윤서 씨가 조급해하지 말고 중국을 오가며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 길은 반드시 생길 것”이라고 격려했다.

임평화 씨는 최 부회장에게 “살면서 ‘내 인생의 멘토’라고 생각한 분이 있느냐”라고 물었다. 최 부회장은 “키워주신 부모님과 미래에셋을 창업할 때부터 만난 박현주 회장, 그리고 김승유 학교법인 하나학원 이사장(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나의 멘토”라고 답했다. 김 이사장은 미래에셋 초기에 맨주먹으로 영업을 다닐 때 처음으로 자신을 믿어주고 상품을 팔아 준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사람은 가장 힘든 시기에 자신을 믿어준 사람을 평생 기억하게 되는 것 같다. 여러분이 그런 사람이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도시락토크를 마치면서 최 부회장은 젊은 점심 파트너들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꿈을 가지고 ‘도전’하세요. 길이 있습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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