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옥관 브레이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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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역대 대통령, 카우보이로… 농부로… 다양한 피서법

그림 그리기에 몰두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요트 선상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존 F 케네디, 텍사스 농장에서 카우보이로 변신한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의 모습.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도 부인 낸시 여사와 함께 캘리포니아 농장에서 평범한 일상을 즐겼다(위로부터). 사진 출처 타임
그림 그리기에 몰두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요트 선상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존 F 케네디, 텍사스 농장에서 카우보이로 변신한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의 모습.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도 부인 낸시 여사와 함께 캘리포니아 농장에서 평범한 일상을 즐겼다(위로부터). 사진 출처 타임
잇따르는 격무와 중압감 때문일까.

미국 역대 대통령들은 종종 자신이 근무하는 백악관(白堊館)을 ‘백옥관(白獄館·the great white jail)’이라 자학적으로 표현한다.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은 집무실로 향할 때면 마치 “형장으로 가는 사형수 같은 심정”이라고 고백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그래도 매년 여름엔 이들에게도 짧지만 달콤한 자유가 주어진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역대 대통령들의 각양각색의 휴가를 전했다. 텍사스 주 출신으로 약 1093만 m²의 대(大)목장을 소유했던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은 고향 농장에서 ‘카우보이’의 삶을 즐겼다. 농장으로 초청한 귀빈 앞에서 능수능란한 소몰이를 뽐내기도 했다. 실제로는 수륙양용이지만 일반 자동차처럼 외부 모습을 위장한 차량에 귀빈을 태우고 가다가 갑자기 연못으로 돌진하는 ‘짓궂은 장난’을 치기도 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도 휴가철마다 캘리포니아 주 샌타바버라 소재 본인의 농장으로 향했다. 일리노이 주 서부 농촌 마을 탐피코 출신인 그는 유년시절 추억을 새기며 가지치기, 장작 패기, 담벼락 보수 등 평범한 농장에서의 ‘일상’을 즐겼다.

‘만능 스포츠맨’으로 불렸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은 미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 미식축구팀의 스타 러닝백 출신이자 오거스타 클럽에서 8년간 800라운딩을 한 골프광이기도 했다. 그러나 휴가 중에는 그림 그리기 같은 정적인 취미를 자주 즐겼다. 평생 250점이 넘는 작품을 남길 만큼 열정적인 아마추어 화가였지만 정작 스스로에 대한 평가는 가혹했다. 퇴임 후 뉴욕의 한 화랑이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겠다고 나서자 마지못해 이를 허락한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은 미술관 담당자에게 걸쭉한 욕설을 섞어가며 “만약 내가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관계자들은 이 (××)같은 그림을 벌써 오래전 불태웠을 거요”라고 말한 일화가 전해진다.

하버드대 재학 시절 요트 선수로 활약했던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은 요트 선상에서의 휴가를 자주 즐겼다. 그러나 냉전 시절 언제 닥칠지 모를 긴박한 사태에 대비해 모스크바 크렘린과 언제든 연결될 수 있는 통신장비를 요트 선상에 갖추도록 조치했다.

타임은 “평소 누릴 수 없는 평범한 일상이 대통령들에게는 진정한 휴가인 듯하다”고 전했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백옥관#미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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