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뽀뽀’ 32년… 진짜 아쉬운건 아이들일까 부모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구가인 기자의 애 재우고 테레비]

7일 7755회를 끝으로 종영한 MBC ‘뽀뽀뽀 아이조아’의 뽀미언니 강다솜 아나운서(왼쪽)와 도우미 역할을 하는 개그맨 황제성. MBC 제공
7일 7755회를 끝으로 종영한 MBC ‘뽀뽀뽀 아이조아’의 뽀미언니 강다솜 아나운서(왼쪽)와 도우미 역할을 하는 개그맨 황제성. MBC 제공
친구 A는 요즘 돌이 갓 지난 아들의 ‘학습지’를 무엇으로 선택할지 고민하고 있다. 그는 최근 우후죽순처럼 등장하는 유아용 교재 중에서 ‘스스로 깨치는 힘’을 길러준다는 월간 학습지 ‘아이○○○’과 부모의 애착이 중요하다는 방문 학습지 ‘베이비○○’에 마음이 기울어 있다. ‘극성스럽다’는 내 핀잔에 A는 “아이가 제때 발달을 할 수 있도록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것뿐”이라며 “수백만 원짜리 교구와 교재를 사들이고, 홈스쿨링을 하는 다른 엄마들에 비하면 무척 소박하다”고 응수했다.

A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실제로 온라인 육아사이트에는 “100일 된 아이를 위해 다중지능 교재를 샀다” “우뇌가 감퇴하는 24개월 이전에 뇌 발달 교육을 해줘야 한다” “공간감에 취약한 여자아이들이 초등학교 진학 전에 교구교육을 통해서라도 도형에 친숙하게 해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가 넘쳐난다.

7일 MBC의 대표적인 유아 프로그램이었던 ‘뽀뽀뽀 아이조아’가 마지막 회를 방송했다. 방송 끝에는 “그동안 ‘뽀뽀뽀’를 사랑해준 친구들 감사합니다”라는 자막이 나왔다. 오전 8시면 뽀뽀뽀 체조를 하며 하루를 시작했던 ‘뽀뽀뽀’ 1세대들에게 ‘32년 친구’의 마지막 인사는 다소 야박하게 느껴졌을 터다.

사실 만 4∼6세를 대상으로 하는 ‘뽀뽀뽀’의 쇠락은 일찌감치 예견된 것이었다. 영·유아 사교육 시장이 세분되고 팽창되는 상황에서 소규모 제작비의 유아교육 프로그램은 내 친구 A와 같은 까다로운 부모 시청자를 결코 만족시켜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뽀뽀뽀’의 후속작은 영유아 영재 프로그램인 ‘똑똑 키즈 스쿨’이다.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는 성명에서 “온 사회가 유아기부터 영재교육이 지나쳐 문제인 상황에서 공영방송까지 부모 세대와 아이들이 소통할 수 있는 뽀뽀뽀를 포기하고 영재교육에 나서겠다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지적은 부분적으로만 타당하다. 최근 방영된 ‘뽀뽀뽀’의 경우 영어교육이 프로그램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실질적인 학습 프로그램이었을 뿐 부모와 아이의 소통창구 역할은 방기하고 있었다. 결국 유아·어린이 프로그램은 철저히 (채널 선택권이 있는) 부모의 욕망만을 반영하고 있었을 뿐이다. ‘뽀뽀뽀’ 폐지가 아쉬우면서도 마냥 방송사를 비난하기엔 왠지 뒷맛이 씁쓸한 이유다.

구가인기자 comedy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