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아니면 퇴짜… 재건축 수주도 부익부빈익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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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사들 ‘짠물 행보’에 전국 사업장 희비 엇갈려

#1. ‘재건축 상담 환영’이라는 문구를 내건 부동산이 즐비한 서울 강서구 등촌1주택 재건축 사업장. 문구와 달리 개발 기대감은 사라진 지 오래다. 조합은 3년 전 시공사로 선정됐던 대림산업과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시공사 구하기에 나섰지만 관심을 보이는 곳은 없다. 5월 시공사 입찰에서 건설사가 단 한 곳도 나서지 않아 결국 유찰됐다. 양연승 조합장은 “앞으로의 일정을 아직 잡지 못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2.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3구역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9월 이후 시공사가 선정될 예정이지만 5월 말부터 7월 말까지 두 달 사이에만 대림, 코오롱 등 대형 건설사 7곳이 재건축 조합 사무실을 방문했다. 시공권을 따내기 위한 ‘물밑작업’의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는 것. 방배3구역 조합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꾸준히 찾아와 홍보전을 벌이고 있다”며 “강남권에 기본적인 생활환경이 좋다보니 건설사들이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재개발·재건축 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최근 수익성이 떨어지자 건설사들이 안전한 사업장만 선별해 입찰에 나서고 있는 것.

올해 상반기(1∼6월) 주요 5개 건설사 가운데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림산업은 정비사업 수주 실적이 ‘제로’다. 대우건설이 그나마 적극적으로 나서 올해 상반기 5710억 원어치의 일감을 따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1조2419억 원)과 비교하면 수주액은 반 토막 났다. 요즘은 서울 강남권조차 분양 성공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조합의 요구조건을 억지로 맞춰가며 사업을 따내야겠다는 분위기는 완전히 사라졌다.

‘될 곳만 들어가는’ 건설사들의 행보에 수익성이 불투명한 곳들은 우울하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6차는 4월 현장설명회에 건설사가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아 입찰을 실시하지 못했다. 이곳은 지하철3·7·9호선이 지나는 고속터미널역이 인접한 초역세권인데다 인근 래미안퍼스티지, 반포자이 등 대규모 재건축아파트가 들어서며 한때 주목받았던 곳이다. 광진구 자양1구역 역시 최근 입찰을 실시했지만 참여한 건설사가 없었다.

반면 사업성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 지역은 건설사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단독주택 재건축 지역인 서초구 방배동 방배5구역도 방배3구역과 마찬가지로 ‘될 곳’ 가운데 하나.

시공사 구하기에 난항을 겪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은 초조한 표정이다.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주민들은 대형 브랜드 건설사를 원하는데 건설사들이 우리를 원하지 않는다”며 “시공사 선정이 늦어지면 조합유지 비용 등 각종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도급제’ 사업방식이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공사가 미분양의 책임을 나눠지는 확정 지분제가 지금껏 대세였지만 앞으로는 시공사는 분양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공사 도급비만 받아가는 도급제로 바뀔 것이라는 것. 실제로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주공2단지는 확정지분제 방식을 고수할 때는 시공사 선정에 번번이 실패하다 도급제를 선택하면서 7월 시공사 선정에 성공한 바 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재울 뉴타운 등 대형 아파트단지에서도 미분양이 발생하는 등 부동산 경기가 워낙 안 좋다보니 건설사들이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려 하고 있다”며 “리스크를 회피하는 시공사를 붙잡기 위해 도급제를 선택하는 사업장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권승록 인턴기자 서강대 경영학과 졸업   
이지은 인턴기자 숙명여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재건축 수주#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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