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호 교수 “환경호르몬에 노출될수록 아기 지능 낮아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양재호 대구가톨릭대 교수 ‘환경질병’ 관심 촉구
25∼30일 국제다이옥신학술대회 대구서 열려

“뇌가 활발하게 발달하는 시기에 환경호르몬에 노출되면 신경이 손상됩니다. 어릴 때 입은 손상은 어른이 돼서도 지속됩니다. 심지어 어른이 돼서 증상이 나타나는 사례도 있습니다.”

25∼30일 대구 호텔인터불고에서 열리는 제33회 국제다이옥신학술대회에서 회장 겸 기조연설을 맡은 양재호 대구가톨릭대 의대 약리학교실 교수(사진)는 “사람들은 보통 환경호르몬에 대해 얘기할 때 성장발달이나 간 독성, 암 등에 관심을 갖지만 앞으로는 ‘신경독성’에 주목해야 한다”며 입을 열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질병과 죽음의 약 4분의 1은 환경 때문에 생긴다고 추정하고 있다. 어린이들은 질병의 3분의 1 이상을 환경으로 인해 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 질병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시점에서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술대회가 열려 양 교수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로 미국과 유럽 등에서 열리던 이 대회가 한국에서 열리는 건 2001년 이후 12년 만이다.

양 교수는 환경호르몬에 많이 노출된 임신부일수록 저체중 아이를 낳을 확률이 높다는 논문을 지난해 9월 국제학술지 ‘케모스피어’에 게재했다.

▶본보 2012년 9월 17일자 A14면 [단독]환경호르몬에 노출 많으면 저체중아 출산

그는 “환경호르몬으로 인해 저체중이 된 아이는 뇌 발달도 지체된다”며 “이 때문에 지능지수(IQ)도 나빠진다”고 말했다. 환경호르몬이 뇌 속 뉴런세포의 신호전달체계에 이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환경호르몬 때문에 나타날 수 있는 신경이상 증상으로 IQ 저하를 비롯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자폐증 등을 꼽았다.

특히 신종 환경호르몬 중에서도 폴리브롬화디페닐에테르(PBDE)와 과불소화합물(PFC)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BDE는 방염(防炎)처리에, PFC는 방수처리에 널리 쓰이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촉하는 물질이다. 불이 붙지 않는 카펫, 물이 스며들지 않는 방석과 소파, 비가 새지 않는 의류, 코팅 처리된 일회용품 등에 두루 사용된다.

아기들은 바닥에 기어 다니고 손을 빨기도 해 환경호르몬에 더 많이 노출된다고 양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산모가 환경호르몬에 노출되면 모유를 통해서도 아이에게 흘러들기 때문에 수유하는 여성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 교수는 7개월 된 태아부터 2세 아기까지가 가장 조심해야 할 시기라고 꼽았다. 이때가 뇌가 발달하는 가장 예민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임신부뿐만 아니라 수유를 하는 산모도 특별히 조심해야 아기가 환경호르몬이 노출되는 걸 막을 수 있다.

그는 “방염, 방수 처리된 제품을 아예 안 쓸 순 없다. 쓰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다”라며 “현실적으로 사용해야 하지만 임신 후기나 2세 이하 아이를 키울 때는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양 교수는 “방염 처리가 된 카펫, 소파 등을 만진 뒤 손가락을 빨면 환경호르몬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며 “아기의 손을 자주 씻어 주는 한편 임신 말기나 수유기 여성은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환경호르몬#육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