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새고… 자리 모자라 다닥다닥… ‘찜질방’ 천막의총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민주 장외투쟁 준비부족에 진땀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긴급 기자회견 이후 국회 밖으로 나오긴 했지만 ‘야전 준비’는 제대로 할 수 없었던 민주당 의원과 당직자들이 폭염과 소나기 속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장외투쟁 이틀째였던 2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설치한 국민운동본부 천막 상황실에서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여는 동안 빗물이 안으로 들이쳤다. 장기 농성용 천막이라기보다는 그늘막 캐노피를 연결한 구조물이라 실내외가 명확히 구분되지도 않고 지붕 곳곳에 틈이 있어 빗줄기가 굵어지자 속수무책이었던 것. 몇몇 기자의 노트북이 비에 젖었고 천막 아래 바닥이 젖어 전기 합선을 우려한 당직자들이 전기장비의 전원을 뽑는 소동이 벌어졌다.

당직자들 사이에서는 “그래도 전날 더위에 비하면 차라리 이게 낫다”는 말이 나왔다. 서울 최고기온이 30도를 오르내렸던 1일에는 점심시간 직후 최고위원과 원내 지도부, 국가정보원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이 외부 시선을 피해 비공개 회의를 하기 위해 천막 지붕 아래로 천을 둘렀다. 선풍기 몇 대를 설치하긴 했지만 밀폐된 공간에 수십 명이 다닥다닥 붙어 앉은 상태에서 콘크리트 바닥 열까지 올라와 천막 내부는 거의 찜질방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기본적으로 천막 상황실 크기 자체가 100명이 넘는 인원을 수용하기엔 작았다. 국회의원 83명이 참석한 1일 의총에서는 몇몇 의원이 자리를 잡지 못해 천막 밖에 나가 있었다. 그나마도 3일 서울광장에서 열리기로 예정돼 있었던 ‘화이트 컨슈머 캠페인’에 자리를 내주느라 2일 오후에는 천막 위치를 옮겼다. 냉장고는커녕 식수대도 없다. 당직자들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 종식을 말한 지 5일 만에 장외투쟁으로 돌아섰는데 준비할 틈이 있었겠느냐”고 했다.

별 보안장치 없이 뻥 뚫린 구조물이라 열혈 시민들의 ‘난입’도 골칫거리다. 장외투쟁 첫날 다짜고짜 욕을 하며 천막에 들어오려는 일부 행인들을 막느라 곤욕을 치렀던 민주당은 2일엔 아예 당번 의원들이 천막을 찾아온 노인들과 함께 어울리고 틈틈이 현 국정 상황을 설명하며 ‘시골 장터’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마이크를 잡고 사회자 역할을 하며 분위기를 모아 간 이석현 의원(5선)에 대해서는 “웬만한 장터 MC보다 훨씬 낫다”는 말이 나왔다. 민주당 의원들은 즉석에서 ‘이명백’(이명박 전 대통령) ‘원세현’(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용팔’(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증인으로 출석하는 모의 국정조사 상황극을 열기도 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김한길#야전준비#장외투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