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 전문기자의 스포츠로 읽는 세상] 프로배구 양극화와 샐러리캡 신분 상승 사다리는 있는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3년 8월 1일 07시 00분


자본주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가 양극화 현상이다. 빈부의 격차가 너무 벌어져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신분상승이 어려워졌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사회 경제 전반에 신분상승의 사다리를 놓아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7월18일 벌어진 한국배구연맹(KOVO) 이사회에서 갑론을박했던 안건은 샐러리캡이었다. V리그는 2005년 탄생 때부터 샐러리캡을 적용했다. 남자는 10억3500만원을 시작으로 1,2년 마다 한도를 조정했다. 2012∼2013시즌은 20억원이었다. 여자는 11억원. 다음 시즌 샐러리캡의 규모와 최소 소진율은 매년 10월 말까지 이사회에서 정한다. 신생팀이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총재의 승인에 따른 예외를 뒀지만 각 구단은 샐러리캡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이번 이사회에서 문제가 된 건 상한선 초과가 아니었다. 몇몇 구단은 최소 소진율 조차 지키지 못했다. 규정대로라면 1000만∼2000만원의 벌금이다. 현재 최소 소진율은 70%다. A구단은 3년째 지키지 않았다. 총재는 그 구단의 특별한 상황을 감안해 유예기간을 줬는데도 그랬다. 60%를 넘지 못하는 구단도 있다. 다른 쪽에서는 소진율이 100%에 육박해 상한선을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이것이 바로 우리 프로배구에 존재하는 양극화 현상이다. 연봉이 높다고 꼭 강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팀 연봉과 팀 성적은 거의 비례한다.

물론 소진율을 채우지 못한 구단도 나름대로 이유는 있다. 우선 6월30일 기준시점이 문제다. 시즌 개막 전까지 선수를 더 보강할 수 있다. 팀 리빌딩을 하면서 다른 팀에서 선수를 데려오고 싶지만 V리그에서 선수를 사오기가 쉽지 않다. 신인들로 채워 몇 년을 고생해야 하는 현실도 인정한다. 그렇지만 여자선수들의 연봉은 너무 박하다. 프로라고 말하기에 창피할 정도다. 그래서 많은 선수들이 쉽게 배구를 포기한다. ‘그 돈을 받고 이 고생을 할 바에는 실업팀으로 가겠다’며 은퇴하는 선수가 해마다 여럿이다. 그러다보니 각 구단은 선수가 모자란다고 아우성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선수 1명에게 팀 전체 연봉을 주는 구단도 있다. 정말 심각한 팀 내 양극화다. 아무리 에이스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배구는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다. 화려한 공격수가 있으면 뒤에서 설거지를 해야 하는 포지션도 있다. 이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이사회는 샐러리캡에 대해 진지한 검토를 할 때가 됐다. 소진율이 100% 부근이라면 이를 해소하는 방법도 만들어야 한다. 최소 소진율을 채우지 못한 구단에 자극도 주면서 배려하고 앞서가고픈 구단도 생각해주는 방안은 소프트캡이다. 소프트캡은 샐러리캡을 반드시 지키게(하드캡) 하지 말고 여유를 주는 것이다.

미국프로농구는 다양한 조건을 달아 샐러리캡에 가변성을 둔다. 메이저리그는 사치세를 적용해 구단의 투자의욕을 살려주고 있다. 돈을 많이 투자해 우승을 노리는 팀에는 상한선을 넘어간 금액만큼의 사치세를 물리고 있다. 최소 소진율을 지키지 못한 구단에게는 빈곤세를 받으면 된다. 이 돈을 저연봉 선수를 위한 기금으로 쓰면 양극화 해소의 사다리로 충분하다. V리그 10년째면 은퇴선수를 위한 기금도 생각해야 한다. 사치세와 빈곤세를 모아 배구 꿈나무를 키우는 기금으로 쓰면 미래에 대한 투자도 된다. 현실에 머무르면 발전은 없다. 지금 V리그는 안주할 때가 아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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