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정유시설도 日에 뺏겨… 해외건설 ‘엔저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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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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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700억달러 수주 목표 ‘비상등’

#1. 최근 카타르의 라판 정유회사가 발주하는 라판 정유공장 2단계 확장 프로젝트의 설계·구매·시공(EPC) 입찰에서 한국 업체들은 아쉬운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일본 지요다와 대만 CTCI의 컨소시엄이 대림산업 등 한국 건설업체들을 누르고 계약을 따냈기 때문이다. 엔화 약세 현상이 지속되며 플랜트에 주로 쓰이는 일본산 원자재 가격이 더 싸지자 일본 컨소시엄이 낮은 계약금을 걸었던 것. 대림산업 관계자는 “가격 경쟁에서 밀렸다”며 “엔화 약세 정책에는 도무지 방도가 없다”고 털어놓았다.

#2. 중동지역 최대 발주 공사 가운데 하나였던 터키 원전 건설 사업(220억 달러 규모)도 결국 일본 기업 손에 넘어갔다. 내심 ‘원전 사고’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일본보다 유리할 것으로 기대했던 한국 정부와 기업의 기대를 꺾은 주요 요인은 엔화 약세. 여기다 일본이 자국 금융회사를 통해 자체적으로 사업비를 조달하겠다고 제시한 게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일본 정부가 엔화 약세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올해 700억 달러 수주를 목표로 하던 한국 해외건설에 경고등이 켜졌다. 기술력을 갖춘 일본 건설사들이 가격경쟁력까지 앞세워 해외 건설시장을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 일본도 다시 해외로

일본 건설업계는 과거 공적개발원조 관련 사업이나 대형 프로젝트에 치중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엔화 약세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가격경쟁력이 생기자 한국 건설업계의 영역이었던 개별 프로젝트까지 넘보고 있다.

지난해 6월 100엔당 1510원 수준이던 원-엔 환율은 현재 1130원으로 20% 넘게 하락했다. 이는 일본 엔화 가치가 20% 이상 떨어졌다는 얘기.

터키 원전 수주는 ‘신호탄’에 불과하다는 우려다. 바레인의 국영정유회사인 밥코사가 발주한 시트라 정유공장의 액화석유가스(LPG) 시설 프로젝트 입찰에서도 일본 엔지니어링 업체인 JGC가 최저가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회사들은 목표를 위해 합작도 과감히 하고 있다. 일본 지요다는 중동 최대 건설업체인 CCC와 공동으로 중동의 오일, 가스 및 석유화학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달 아부다비에 ‘지요다 CCC 엔지니어링’이란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이우찬 GS건설 상무는 “일본 회사들이 타국 시공사와 컨소시엄을 맺고 들어와 플랜트 물량을 가져가는 일이 최근 들어 잇따르고 있다”며 “엔화 약세가 장기화된다면 앞으로도 일본 업체가 한국 업체들의 플랜트 수주전략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한국 건설사들 “신시장을 찾아라”

안 그래도 국내 업체끼리 치열하게 해외 수주 경쟁을 벌이며 ‘저가 수주’ 논란이 불거졌던 한국 건설업계는 일본 리스크라는 복병까지 만나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남미, 몽골, 인도네시아 등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한편 헬스케어, 도시개발 등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병원을 세울 때 정보기술(IT) 시스템, 장비 등을 패키지로 지원하는 방식의 헬스케어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터키 가즈안탑 지역에 병원을 건설하는 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올해 하반기 최종 계약을 앞두고 있다.

대우건설은 단순히 도시 건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업 초기 기획 단계에서부터 조성 및 완료 단계에 이르기까지 주도적으로 수행하는 한국형 신도시 사업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공사를 시작한 ‘베트남 스타레이크시티 신도시 사업’이 그 성과다.

정창구 해외건설협회 실장은 “우리 기업들이 신동력을 찾는 한편 일본 자재 수입을 늘리는 등 엔화 약세 현상을 거꾸로 이용해야 한다”며 “정부도 환율 방어에 적극 나서 기업들의 숨통을 틔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카타르#정유시설#엔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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