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지만 신선한 선율, 상상력 한껏 자극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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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현대음악 시리즈 ‘아르스 노바’ ★★★★

낯설지만 신선한 선율이 상상력을 자극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의 현대음악 시리즈 ‘아르스 노바’는 동시대 음악을 단순히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즐길 수 있는 장으로 자리 잡았다. 19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진행된 아르스 노바는 독특한 음악 스타일로 당대에 인정받지 못했던 작곡가들의 작품을 무대로 불러냈다.

가장 흥미로운 작품은 마지막 곡이었던 베른트 알로이스 치머만(1918∼1970·독일)의 ‘위뷔 왕의 저녁 식사를 위한 음악’(1966년 작·한국 초연)이었다. 독재의 탐욕을 극도로 희화한 프랑스 극작가 알프레드 자리의 ‘위뷔 왕’에서 제목을 따왔다. 관악기는 뒤쪽에 두 줄로 배치하고 무대 가운데는 하프와 만돌린, 전자기타 세 대, 콘트라베이스 네 대가 자리 잡았다. 왕의 행차를 알리는 듯한 금관의 포효로 시작해 바흐와 베토벤, 바그너, 차이콥스키의 선율이 조각조각 이어지거나 중첩되면서 풍자를 극대화했다.

찰스 아이브스(1874∼1954·미국)의 ‘어둠 속의 센트럴 파크’(1906년 작)에서는 음표들이 공원의 정적 속에 들려오는 도시의 소리와 광경을 그려냈다. 웅웅거리는 자동차 소리, 홀로 비척비척 걷는 남자, 쓸쓸하고 어두운 밤이 객석을 스쳐 지나갔다.

치머만의 트럼펫 협주곡 ‘아무도 내가 아는 고통을 모른다’(1954년 작·한국 초연)는 19세기 미국 흑인 노예의 영가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의 반복적인 재즈 리듬 위에서 뻗어 나오는 트럼펫의 날카로운 사운드는 노예의 절규와 함성이었다.

트럼펫 협연자 호칸 하르덴베리에르(스웨덴)와 서울시향의 안정적인 호연은 각 작품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제시하면서 현대음악의 재미를 더해주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아르스 노바#서울시립교향악단#현대음악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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