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View]“아이들 위해서라도 아프지 않기”…김상현의 힐링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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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2일 07시 00분


두산 김상현이 기나긴 재활의 터널을 지나 힘차게 복귀 시동을 걸었다. 그는 “마운드에 설 수 있는 지금이야말로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스포츠동아DB
두산 김상현이 기나긴 재활의 터널을 지나 힘차게 복귀 시동을 걸었다. 그는 “마운드에 설 수 있는 지금이야말로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스포츠동아DB
■ 재활 복귀 후 벌써 3승…‘고진감래’의 두산 투수 김상현

뼛조각제거수술 후 고단한 재활 훈련
심신이 지칠 때 아이들이 유일한 위안

마운드서 공 던지는 것만도 행복하죠
구속은 저하…구위 나쁘지 않아 다행

성공 복귀? 양의지한테 의지한 덕분
아파 보니 건강이 최고…롱런이 목표


대부분의 사람들이 새해맞이 소망, 또는 특별한 날 소원을 빌 때 ‘아픈 데 없이 건강하고 싶다’는 말은 빠지지 않는 레퍼토리다. 몸이 재산인 운동선수들에게 ‘건강’은 더없이 특별한 소망이다. 큰 부상 없이 선수생활을 누리고 싶은 것이 모든 운동선수들의 바람이지만, 종목을 막론하고 부상에 늘 노출돼 있는 선수들에게 이는 결코 마음먹은 대로 풀리는 일이 아니다. 특히 야구에서 많은 공을 던지는 투수들에게는 팔꿈치, 어깨 부상에 대한 위험이 늘 따른다. 또 부상을 당한 선수들에게 복귀까지는 ‘재활’이라는 과정이 필요하다. 매일 반복 운동을 거치는, 길고 지루한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래서 도중에 포기하는 선수들도 적잖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의미의 고진감래는 재활 중인 선수들이 깊게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올 시즌 두산에는 유난히 이 사자성어가 잘 어울리는 선수들이 많다. 김상현, 이재우, 정재훈 등은 긴 부상 공백을 이겨내고 돌아온 역전의 용사들이다. 이 중 김상현(33)은 시즌 초반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두산 마운드의 핵심전력으로 자리 잡았다. 2011년 9월 오른 팔꿈치 뼛조각제거수술을 받은 뒤 고단한 재활을 거쳐 복귀한 그는 올 시즌 5경기에 등판해 13.1이닝을 소화했다. 벌써 3승에 방어율은 불과 1.35다.

-시즌 초반이지만 벌써 3승이다. 방어율도 매우 낮다. 어떤 기분인가?

“원래 기록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다. 우리 팀 수비가 워낙 좋다. 예년보다도 수비가 더 강해진 느낌이다. 야수들을 믿고 던지는 것이 잘 먹히고 있는 것 같다. 동료들 덕분에 마음 편히 던지는 게 시즌 초반 잘 풀리는 이유다.”

-성공적인 복귀에 주변 지인들의 반응도 뜨거울 것 같은데.

“하하. 그렇지는 않다. 그냥 경기 마치고 승리투수가 되면 ‘잘했다’는 문자가 와있는 정도다.”

-단순히 팀 수비가 좋아진 것만이 최근 활약상의 전부는 아닐 것 같다. 또 다른 이유는?

“(양)의지가 잘 해준다. 볼 배합이나 타자와 수 싸움을 할 때 의지를 100% 신뢰하고 던지는 편이다. 공백기 동안 상대 타자들이 많이 달라졌다. 내가 알던 정보와는 차이가 있다보니, 의지의 리드를 믿고 따라간다. 의지한테 의지하고 있다. 하하.”

-부상 기간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 같다.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

“아프다는 것 자체만으로 육체적·심리적으로 힘들다. 매일 똑같은 운동을 반복해야 했다. 힘은 힘대로 들고, 훈련 효과가 몸으로 와 닿는 건 없으니 미칠 것 같더라. 나 자신과의 싸움이고, 시간과의 싸움이다. 재활 안 해본 사람은 모른다.”

-(팔꿈치) 뼛조각제거수술을 한 다른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복귀가 좀 늦은 감이 있다.

“개인 차이가 있다고 한다. 선수 특성에 따라 회복속도가 각기 다르다. 그 부분 때문에 더 스트레스를 받았다. 다른 선수들은 빨리 복귀하던데…. 나만 늦는다는 생각에 답답했다.”

-수술 후 투구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어떻게 이겨냈는가?

“두려움이 없을 수는 없다. 운동을 함께 한 구단 트레이너들이 잘 지도해줬고,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줬다. ‘나는 안 아프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매번 했다. 결국 두려움은 자신이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다. 최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했다. 두려움을 이겨내야 내가 하고 싶은 야구를 할 것 아닌가.”

-재활의 지루함에 대부분의 선수들이 (운동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고 들었다.

“그렇다. 운동하는 것에 비해 회복이 더디기 때문에,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실제로 그걸 못 이겨내는 선수들도 많다. 하지만 내가 힘들다는 것을 남들이 알아주지는 않는다. 나만 느끼는 고통이다. 이왕 힘든 거라면 고통스럽다는 생각보다 편하고 좋게 생각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긍정적인 생각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재활의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었는가?

“재활 때는 몸도 마음도 다 지쳐있었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가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스트레스를 잊었다.”

-아이들의 존재가 시련을 이겨내는 원동력이 되었는가?

“물론이다. 다섯 살 된 딸(도희)과 두 살 된 아들(태환)이 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꼭 성공적인 복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가장들이라면 공감하는 책임감일 것이다.”

-이번 두산의 전지훈련은 경쟁이 굉장했다. 성공적인 복귀에 경쟁까지…. 신경 쓰이지는 않았는가?

“사실 불안감은 있었다. 하지만 무언가를 계획해서 동료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하루하루 던질 수 있다는 즐거움으로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마음이 편해졌다. 하루에 80개 정도 투구를 했는데, 전체적인 밸런스나 던질 때 느낌이 굉장히 좋았다.”

-긴 재활을 거쳤기 때문에 부상 후 재활 중인 후배들을 보면 조언 해줄 것도 많을 것 같다. 조언을 해주는 편인가?

“그렇다. 앞서 이야기한 긍정적인 마음가짐이나 재활 과정에서 오는 어려움을 이야기해준다. 나야 도움이 되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 듣는 선수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그럼, 본인에게는 그런 조언을 해준 선배나 동료가 있었는가?

“나는 혼자 습득하면서 이겨낸 편이다. 맨 처음 수술하고 야구장을 못나왔으니깐 재활센터로 출퇴근하면서 혼자 재활을 이겨냈다. 운동을 도와준 트레이너들이 긍정적인 생각을 갖도록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준 편이다.”

두산 김상현. 스포츠동아DB
두산 김상현. 스포츠동아DB

-구속은 어떤가? 아무래도 부상 후라 예전보다는 떨어졌을 것 같은데.

“맞다. 구속이 떨어졌다. 하지만 가장 자신 있는 구종은 여전히 직구다. 가장 많이 던지는 구종 아닌가. 그 공에 자신감을 얼마나 갖느냐에 따라 투구 내용이 달라지지 않겠나. 비록 구속은 떨어졌지만, 구위가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부상 회복기간 중 긴 시련의 시간을 보냈다. 시련을 통해 무엇을 얻었는가?

“구속이 얼마나 나오는지를 떠나서 이만큼만이라도 던질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새삼 깨닫게 됐다.”

-비슷한 시기 재활을 거쳐 성공적으로 복귀한 팀 동료 정재훈, 이재우도 똑같은 말을 하더라. 의지가 많이 됐을 것 같다.

“서로 재활하는 시기도 비슷했고 셋이 나이도 같다보니 서로 힘이 많이 됐다. 혼자서 운동을 했으면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재활 기간 동안 성공적으로 복귀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서로가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각자 마운드에 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됐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셋 다 아프지 말고 잘했으면 좋겠다. 두산 유니폼을 입고 말이다.”

-지금의 좋은 페이스를 시즌 내내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 선발과 중간을 오가다보니 페이스 유지에 힘든 부분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계투를 하다가 선발을 나가는 건 괜찮은데 선발을 하다가 계투를 가면 몸 풀기가 힘들더라. 그래서 계투를 할 때의 리듬을 몸에 맞춰놓는 편이다. 오늘 힘든 것을 이겨내야 내일이 있는 것 아닌가. 잘 이겨내 보겠다.”

-개인적인 목표나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기록적인 면은 신경 쓰지 않았다. 어떤 성적을 내겠다는 목표보다는 아프지 않고 야구를 오래 했으면 좋겠다. 아파보니깐 건강의 중요성을 느꼈다. 몸이 안 아파야 안 되는 것이 있어도 노력할 수 있다. 아프면 그 노력조차 할 수 없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트위터 @stopwook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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