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허술한 채용이 불량 기간제 교사 낳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9일 03시 00분


서울 양천구 A고등학교의 한문과목 기간제 교사 이모 씨는 그제 자율학습 시간에 태도가 불량하다며 학생을 폭행했다. 이 씨는 달아나던 학생을 쫓아가던 중 여학생 교실 앞 복도에서 갑자기 바지를 내리고 음란행위를 했다. 이 씨는 “바지가 흘러내려 잡은 것뿐”이라고 거짓말을 했지만 동영상이 나오자 사실을 인정했다. 지난달부터 기간제 교사로 일한 이 씨는 이날 계약이 해지됐다. 정신건강이 의심스러운 사람이 어떻게 기간제 교사로 채용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번 일은 기간제 교사 한 명의 일탈로 가볍게 넘기기 힘들다. 기간제 교사는 학교 측 재량으로 채용하기 때문에 교육당국의 엄격한 선발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감사원은 어제 경기도의 한 사립학교 이사장이 2009년 딸과 예비사위, 장학사의 아들 등에게 시험문제를 알려줘 정규 교사 2명과 기간제 교사 6명을 채용하고, 2명에게서는 4000만 원씩 받고 2010년 기간제 교사로 채용한 사실을 적발했다. 지난달 충북의 한 중학교에서는 기간제 교사가 자기 반 학생들에게 계좌번호가 적힌 명함을 나눠줘 물의를 빚었다.

정규 교원 수는 2010년 39만3009명에서 2012년 39만3072명으로 제자리이지만 같은 기간 기간제 교원은 2만5806명에서 3만9974명으로 54.9%나 늘었다. 초중고교 학생 수가 2010년 730만 명에서 2020년 540만 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돼 정부는 임용고시 합격자 비율을 5%로 제한해 정규 교원 채용을 사실상 억제하고 있다.

출산과 육아 등으로 휴직하는 교사가 생기고 교과전담 교사가 필요하면 학교 측은 임금과 해고 부담이 적은 기간제 교사로 채운다. 이로 인해 기간제 교사가 급증하면서 정규 교사들이 기피하는 담임까지 맡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담임교사 휴직, 기간제 교사 채용, 신임교사 발령 등으로 일 년에 세 차례 이상 담임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정규 교사보다 열악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성실하게 수업과 학생지도를 하고 교장의 대리운전 요구까지 참아가며 일하다 정규 교사가 되는 기간제 교사도 많다. 그러나 허술한 채용으로 함량 미달의 기간제 교사가 늘어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성실한 동료 교사들에게 돌아간다. 최근 사립학교에서는 기간제 교사를 2, 3년간 거친 사람을 정규직 교사로 채용하는 추세다. 기간제 교사를 선발할 때 엄정한 평가와 검증이 필요하다.
#기간제 교사#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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