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하의 철도 힐링투어]<3>KTX로 떠나요, 순천 국제정원박람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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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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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원 돌아보며 ‘어메이징’… 웃장 국밥 맛에 ‘원더풀’

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의 꽃재배장을 화려하게 뒤덮은 히야신스 꽃밭. 뒤편 구릉 위로 한국정원의 누각이 보인다. ‘지구의 정원’을 주제로 순천시에서 20일 개장하는 이 박람회에서는 수목원과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네덜란드 등 23개국의 83개 정원을 조성해 10월 20일까지 전시한다. 순천=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의 꽃재배장을 화려하게 뒤덮은 히야신스 꽃밭. 뒤편 구릉 위로 한국정원의 누각이 보인다. ‘지구의 정원’을 주제로 순천시에서 20일 개장하는 이 박람회에서는 수목원과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네덜란드 등 23개국의 83개 정원을 조성해 10월 20일까지 전시한다. 순천=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 대한민국 수도는 두 개다. 하나는 명실상부한 수도 서울, 또 하나는 ‘생태수도’ 순천(전남)이다.시베리아에선 흑두루미 날아오고 거대한 뻘밭에선 짱뚱어 뛰노는 갈대천국 순천만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하늘의 뜻에 따라 사는 순박한 사람들’의 고장. 순천(順天)의 이름 풀이에 더도 덜도 아닌데, 그래서일까. 순천은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the best livable city)’로 인정받았다. 2010년 유엔환경계획(UNEP)이 준 ‘리브컴 어워드’의 은상(도시 부문)이 그것. ‘지구 환경보호에 기여하고 살기 좋은 지역사회를 건설한 도시’라는 확인증이다.

그 순천에서 20일부터 6개월간 기막힌 이벤트가 펼쳐진다. ‘세계환경엑스포’라 불릴 ‘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ECOGEO 2013)’다. 개막에 앞서 부산한 순천을 둘러보았다. 》

오전 8시 20분. 서울 용산역에서 여수엑스포행 KTX703열차(산천)가 출발했다. 용산∼여수EXPO는 전라선 철도. 순천은 여수엑스포역 직전이다. 전라선은 여수엑스포를 위해 복선전철로 업그레이드한 특별한 철도다. 전라선 KTX산천은 엑스포 개막(2012년 5월 12일)에 7개월 앞서 2011년 10월 5일 운행을 개시했다.

어부지리 아닌 향토 본색의 순천

사람들은 말한다. 여수엑스포 덕을 가장 많이 본 건 순천시라고. 전라선 KTX 운행으로 서울이 3시간대로 가까워지는 등 여수엑스포 후광효과를 말하는 것이다. 여수엑스포역까지 21분 거리, 국내여행의 ‘베스트셀러’(가장 많이 팔린 것)와 ‘스테디셀러’(늘 잘 팔리는 것) 2관왕에 오른 순천만 덕에 연계 방문객이 몰리는 등 반사이익도 컸다.

그런데 그걸 어부지리라 한다면 섭섭한 일이다. 사실 순천은 역사, 지리, 전통적으로 이 지역 중심이다. 영호남을 잇는 동서횡단 경전선(부전∼광주송정역)과 반도 남북을 잇는 전라선 교차가 이를 방증한다. 전라선도 1936년 전주∼순천, 순천∼여수 철도가 순천서 연결되고서야 비로소 그 이름을 얻었으니 오가기 쉬운 사통오달의 지형 기반이 순천의 핵심이다.

‘하멜표류기’를 쓴 하멜(1630∼1692)을 보자. 조선에 억류(1653∼1666년)된 13년 중 7년을 강진(병영면)에서 보냈는데 ‘하멜표류기’와 조선역사서엔 ‘순천’으로 기록됐다. 당시 순천도호부에 속해서다. 강진뿐일까. 화순 구례 고흥 여수 광양 보성까지 죄다 15세기부턴 순천도호부 관할이었다. 1601년까지 삼수군통제영이었던 전라좌수영(여수)도 같다. 당시는 이곳도 ‘순천’이다.


일주일에 장마당 네 번-웃장 아랫장

도로와 도로가 만나면 교차로, 고속도로와 고속도로가 만나면 인터체인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은 시장. 순천시내에 큰 시장이 보였다. ‘아랫장’이란다. 아랫장이 있다면 ‘웃장’(바른 표기는 윗장)도 있을 터. 혹시나 했는데 역시다. 아랫장은 2·7장, 웃장은 0·5장. 그래서 한 주에 장날이 네 번이다. 거기에 상설시장도 두 개. 웃장 아랫장 사이 중앙시장(상설)과 순천역 앞 역전시장(2·7일만 쉼)이다.

마침 웃장이 열렸다. 순천도호부 시절 읍성 터인 구도심 한복판이다. 상가 세 동을 중심으로 형성된 시장은 바리바리 싸온 산나물이며 각종 먹을 것을 길바닥에 늘어놓은 촌로의 노점 때문에 발 디딜 틈도 없이 북적댔다. 그걸 비집고 들어서니 ‘웃장’이란 간판이 붙은 아케이드(두 건물 사이 통로에 지붕을 씌워 조성한 실내)가 보였다. 그 안은 깔끔한 식당골목인데 열네 곳 모두가 돼지국밥집이다. 집집마다 직접 삶아 뼈를 뺀 돼지머리가 수북이 쌓였다. 그리고 어느 집 할 것 없이 손님들로 가득 찼다.

9월 8일 ‘국밥데이’ 발상지-웃장 국밥골목

이 웃장의 국밥골목. 순천서는 이름났지만 아직 외지엔 소문나지 않은 숨겨진 보물이다. 그중 ‘북부제일식당’에 들어갔다. 국밥(6000원) 두 그릇을 시키자 머리고기 수육부터 내온다. 그 양이 엄청나다. 둘이 다 먹지 못할 정도다. 수육엔 비계도 거의 없다. 대부분 살코기다. 이윽고 국밥이 나왔다. 이건 또 뭔가. 콩나물이 담뿍 담겨 있다. 국물 맛이 시원했다. 거기에도 살코기 수육은 적잖게 담겼다. 여주인 정춘심 씨(63)에게 물었다. 돼지머리 한 개로 몇 인분을 내느냐고. 국밥만은 열 그릇, 수육을 포함하면 기껏해야 5, 6인분이란다. 그러면서 머리고기 써는 것을 보여주는데 표피의 비계는 죄다 베어 버렸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 “돼지국밥에 콩나물을 넣은 건 제가 처음이지요.” 25년 전 일이란다.

국밥이야말로 우리시장문화의 최고봉. 15년 전만 해도 웃장 국밥집은 셋뿐이었고 6년 전까지도 수육 서비스는 없었다. 오전 11시 전에 찾는 손님도 없었고. 하지만 10∼15분씩 기다렸던 점심 때 맛보기로 낸 수육이 인기를 끌었고 그 덕분에 손님이 늘자 자연스레 골목 안 모든 식당이 수육을 서비스하게 됐다. 그리고 이게 입소문 나면서 국밥집도 열네 곳으로 늘었다. 최근엔 ‘웃장국밥’을 상표등록하고 ‘국밥데이’(9월 8일)까지 만들었다. 지난해 첫 국밥데이에선 시장번영회(회장 조동옥·59)가 식당 주인과 함께 장마당에 솥을 걸고 국밥 1250그릇을 끓여내 판매했다.

이번엔 아랫장을 찾았다. 순천역 근방의 동천변인데 규모는 웃장의 4배다. 하지만 상설시장을 겸한 웃장과 달리 아랫장은 장날만 섰다. 그리고 노점행상이 많은 웃장과 달리 외지상인이 트럭으로 가져온 농수산물이 많단다. 그래서 장이 안 서는 평소엔 썰렁하다. 물론 식당만큼은 늘 문을 여는데 웃장국밥에 비길 바는 못 돼도 명물 먹거리가 있었다. 명태머리전과 칠게튀김이다. 특별한 맛은 없어도 장터에서 막걸리 받아 안주 삼아 먹을 만한 음식이다.

잡지 ‘뿌리 깊은 나무’의 창간인 한창기 선생을 찾아

순천에선 꼭 들러야 할 곳이 많다. 순천만 갈대밭을 비롯해 선암사 송광사 낙안읍성 등등. 하나 더한다면 낙안읍성 옆 ‘뿌리 깊은 나무 박물관’이다. 재야국어학자 한창기 선생(1936∼1997) 기념관으로 1960년대 서적 외판원을 시작해 ‘한국브리태니커’(영어백과사전 브리태니커의 한국지사) 설립자(1968년)이자 순 한글 가로쓰기 편집의 시원인 기념비적 잡지 ‘뿌리 깊은 나무’(1977년)와 ‘샘이 깊은 물’(1984년)을 창간한 출판인이다. 또 수많은 민예품과 도자기를 모아 그 아름다움을 알린 수집가이기도 하다.



▼ ‘생태수도’ 순천으로 6개월간 국내외 관광객 밀물 ▼

국제정원박람회 가이드

2013 순천국제정원박람회(ECOGEO 2013)가 20일 개막해 10월 20일까지 184일 동안 ‘지구의 정원’으로 새롭게 단장한 ‘생태수도’ 순천의 특별한 모습을 보여준다. 정원박람회는 나라별(11개국) 정원과 다양한 테마정원을 한자리에 조성해 보여주는 전람회. 150년 역사의 ‘정원 엑스포’로 박람회장에 조성된 정원(23개국의 83개)은 영구히 보존돼 도시유산으로 남는다. 주최는 국제원예생산자협회(AIPH). 순천시는 도시가 팽창되면 순천만이 훼손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따라 이 정원을 그 저지선으로 삼겠다는 기조로 박람회를 유치해 정원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박람회장은 순천도심을 흐르는 동천 주변의 풍덕동과 오천동 일대의 논. 담양 소쇄원을 축소 재현한 한국정원을 비롯해 네덜란드 풍차정원, 이탈리아 계단정원 등이 영국의 정원설계자 찰스 젱크스의 ‘순천호수정원’을 중심으로 들어섰다. 또 동천으로 나뉜 박람회장의 동서지역은 설치미술가 강익중 씨(상하이엑스포 한국관 설계자)의 작품인 ‘꿈의 다리’로 오가는데 컨테이너 연결통로 형태의 다리 실내는 전 세계 어린이가 자신의 꿈을 그려 보낸 14만 점의 작은 그림으로 장식됐다.

박람회는 색다른 모습의 다양한 정원을 걸어서 감상하는데 ‘순천만 국제습지센터’ 실내에선 3D 영상도 본다. 박람회장과 순천만은 5.2km 거리. 순천만(20.45km²)은 세계 5대 연안습지 중 하나로 5km²가 갈대군락이다. 입장료는 1만6000원. 예매는 홈페이지(www.2013expo.or.kr)에서 하면 된다. 1577-2013


▼ ‘기차표+박람회 입장권’ 패키지 30% 할인 ▼

생태수도 순천과 친환경 교통수단 철도. 이 둘이 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에서 손을 잡았다. 코레일은 홈페이지와 주요 역에서 박람회 입장권을 판매하고 있다. 또 ‘왕복열차승차권+입장권’을 30% 할인한 패키지로 제공한다. 서울에서 어른 한 명이 22일 KTX를 이용해 박람회장을 당일로 다녀온다면 9만6000원(왕복 8만 원+입장료 1만6000원)이 들지만 패키지로는 29.1% 할인된 6만8100원에 오간다. 당일 여행이라면 오전 5시 20분 용산역 출발 KTX 701열차(순천역 오전 8시 32분 도착)로 내려가 오후 7시 40분에 출발하는 KTX 4006열차(용산역 오후 11시 12분 도착)를 이용하는 게 좋다.

박람회 기간엔 전라선(용산∼여수) KTX 운행이 12회에서 16회(이상 왕복)로 늘어난다. 증편 열차는 서울역 오전 7시 35분, 용산역 오후 3시 15분 출발한다. 경전선(부전∼광주 송정) 무궁화호도 한 편 추가(부전역 오전 8시 25분 출발)된다. 코레일은 순천역∼박람회장 셔틀버스도 운행(1100원·10분 간격)한다. 박람회장 안에는 코레일정원도 조성했다. 정원 내 330m²(약 100평) 규모의 미니정원에서 운행되는 꼬마기차를 타면 코레일의 과거와 미래를 다양한 이미지로 즐길 수 있다.

▽주요 역 여행센터 △서울역 02-3149-3333 △용산역 02-3780-5555 △영등포역 02-2639-3638 △대전역 042-253-7960 △부산역 051-440-2533 △천안아산역 041-549-8788 △익산역 063-855-7715 △마산역 055-250-4305 △진주역 055-755-7748

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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