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중 휴대전화 안끈 나에게 벌금 선고”

  • Array
  • 입력 2013년 4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벨소리 나면 벌금 물려온 美 보엣 판사… 실수로 울린 본인도 “예외없다” 판결

법정에서 휴대전화 벨소리를 울린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벌금을 물려 온 미국의 판사. 그는 재판 중 실수로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벨소리가 울리자 자기가 그동안 선고해 온 최대 액수의 벌금을 자신에게 선고했다.

13일 오후(현지 시간) 미국 미시간 주 아이오니아 카운티의 64-A 지방법원 법정. 이곳에서는 최근 벌어진 폭력 사건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었다. 검사의 최후 변론이 한창일 무렵 갑자기 휴대전화 벨소리가 법정에 크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재판에 참석한 사람들은 벨소리의 진원지가 다름 아닌 판사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문제의 벨소리는 바로 레이먼드 보엣 선임판사의 주머니 속에서 울린 것.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진 보엣 판사는 급하게 휴대전화의 전원을 끄려고 했으나 얼마 전 휴대전화를 새로 장만해 조작이 서툴렀다. 벨소리는 무심하게도 조용한 법정에서 크게 울려 퍼졌다.

보엣 판사는 겨우 휴대전화를 끈 뒤 자신에게 벌금 25달러(약 2만7800원)를 선고했다. 신성한 법정에서 휴대전화를 끄지 않아 재판에 지장을 주었다는 것이 판결 이유였다. 그는 재판 휴식시간을 이용해 벌금 25달러를 바로 납부했다.

그는 평소 “법정은 재판이 행해지는 중요한 장소이므로 다른 어떤 곳보다 존중받아야 한다”는 신념을 밝히며 재판 중 휴대전화를 끄지 않아 벨소리를 울린 사람들에게는 검사 경찰 등 신분을 가리지 않고 최고 25달러까지 벌금을 물렸다.

보엣 판사는 다음 날 지역 언론 아이오니아 센티널스탠더드와의 인터뷰를 통해 “난 분명 휴대전화를 끄고 왔다고 생각했으나 실수를 했다”며 “판사는 보통 사람과 똑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판사도 법을 어기면 그에 따른 마땅한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이 옳다”며 자신에게 벌금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그의 이야기는 미시간 주 지역 언론을 중심으로 14일 처음으로 보도된 뒤 15일 AP통신과 뉴욕 데일리 뉴스 등 유력 언론에 소개되며 미국 전역에 보스턴 마라톤 테러 못지않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의 누리꾼들은 법 앞에 평등하게 대처했던 판사의 용단에 박수를 보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재판#벨소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