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한반도서 말썽 빚는건 돌로 제발등 찍는것”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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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북핵대응 군사-외교 대화 합의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13일 방중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에게 “한반도와 이 지역에서 시비와 말썽을 일으키는 것은 각국의 이익을 손상시킬 것이고 돌을 들어 자기 발등을 찍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이날 리 총리가 케리 장관에게 “각국은 모두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는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에 대해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시아 순방에 나선 케리 장관은 방중 첫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리 총리, 양제츠(楊潔지) 외교담당 국무위원, 왕이(王毅) 외교부장 등 중국 지도부를 만나 평화적인 방법으로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자고 뜻을 모았다. 또 북한이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특히 왕 부장은 6자회담 재개를 다시 촉구했고 케리 장관도 “북한이 입증할 수 있는 비핵화에 합의한다면 중국과 미국은 2005년 6자회담 공약(9·19공동성명)을 이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핵 포기로 얻을 수 있는 대규모 보상을 다시 환기시켜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면서 동시에 9·19공동성명을 탄생시키는 데 일조했던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한 것.

케리 장관은 또 양국이 한반도의 평화적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달 하순 베이징에서 양국의 고위급 군 장성과 외교 당국자들이 대화를 갖는다고 말했다.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한 양보안으로 케리 장관은 “북한 도발 대응책으로 괌 등 아시아 지역에 배치했던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케리 장관의 이런 언급에도 그의 방중 성과는 애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이 미국의 입장을 얼마나 수용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케리 장관은 이날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을 만나 “지금은 도전적인 문제들에 직면한 절박한 때”라며 한반도, 이란 시리아 등 중동 사태 등을 차례로 언급했다. 방중 목적의 최우선 순위가 한반도 문제임을 강조하면서 중국에 대북 압력 행사를 요청한 것. 시 주석은 한반도를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 “평등하면서 상호 신뢰하고 포용적이면서 서로를 본보기로 삼아 합작 공영하는 새로운 대국관계의 길을 가자”고 밝혔다. 하지만 신화통신은 한반도 문제는 후순위로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가 매년 김일성 주석 생일을 즈음해 북한에 제공해온 식량 지원을 올해는 하지 않았다고 아사히신문 인터넷판이 14일 단둥(丹東)발로 보도해 주목된다. 이 신문은 중국 지방정부 당국자와 대북 무역에 종사하는 중국 무역상을 취재한 결과라고 전하며 북한이 최근 미사일 발사 움직임 등으로 역내 긴장을 고조시킨 데 대한 중국의 불만을 전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케리 장관은 14일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과 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북한에 대해 실효성 있는 정책을 취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과 미국은 12일 서울에서 외교장관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도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한다면 우리는 9·19공동성명에 따른 공약을 이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은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명시해 한국의 주도적인 남북 관계 개선 시도에 대한 미국의 지지 의사를 다시 확인했다.

베이징=이헌진·워싱턴=정미경·도쿄=박형준 특파원 mungchii@donga.com
#리커창#북핵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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