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View]박흥식 “내가 찍은 물건은 김문호-김대우…절실함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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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5일 07시 00분


넥센에서 홈런왕 박병호와 신인왕 서건창의 성장을 도운 박흥식 롯데 타격코치(왼쪽). 올해 그는 롯데 선수들의 성장도우미로 나섰다.
 박 코치가 김문호의 토스배팅을 돕기 위해 볼을 던져주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넥센에서 홈런왕 박병호와 신인왕 서건창의 성장을 도운 박흥식 롯데 타격코치(왼쪽). 올해 그는 롯데 선수들의 성장도우미로 나섰다. 박 코치가 김문호의 토스배팅을 돕기 위해 볼을 던져주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이승엽의 사부, 롯데 타격코치 박흥식

삼성 2군서 만난 이승엽 밤새워 타격훈련
노력하지 인간성 좋지…성공할 수 밖에
넥센 박병호-서건창 절실함이 성공 비결

멘탈 약한 롯데 방망이, 체질개선 한창
소통 리더십…선수 믿으면 선수가 따라와
김문호-김대우? 올해 아니더라도 꼭 된다


사직구장 롯데 선수단 회의실에서 인터뷰를 하던 도중에 신인급 선수 한명이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지 문을 열려 했다. 롯데 박흥식 타격코치(51)가 앉아있는 것을 보더니 고개 숙여 인사하는 대신 장난스레 손을 흔들었다. 박 코치도 아무렇지 않게 손을 흔들어 응대했다. 박 코치가 소통에 대해 힘주어 말하던 중이었다. 그토록 강조한 ‘소통’의 진정성이 그 한 장면에서 드러났다. 지난해 넥센에서 홈런왕 박병호와 신인왕 서건창을 키워낸 박 코치는 올해 롯데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때마침 롯데는 간판타자들의 대거 이탈로 팀 컬러 자체가 바뀔 수도 있는 일대 변혁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박 코치는 롯데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있다. 롯데 타선은 올해 어떤 모습을 보일까. 시즌 초반 출발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다. 그래서 더 박 코치에게 시선이 쏠린다.

○박흥식의 교육법①=“선수들이 최고의 분위기로 야구장에 나가게 하는 것이 내 할 일”

박 코치와의 인터뷰 중 가장 많이 나온 단어가 ‘소통’이었다. 소통의 의미는 ‘선수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풀어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가 유독 선수들의 사생활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는 이유도 그래서다. 야구 외적인 면에서 멘탈이 좌우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롯데 타격코치로 부임했다. 무엇을 강조하고 있나?

“선수한테 부탁한 것은 소통, 책임감, 믿음, 3가지다. 지도자가 선수와 소통하려면 선수의 기를 살려줘야 한다. 소심한 선수한테 억압적으로 대하면 움츠러든다. 소통 과정에서 믿음이 생기는 법이다. 삼성 시절부터 선수들의 성격을 먼저 파악했다. 성격에 맞춰서 배려와 질책을 섞어야 한다. (똑같이 다루다) 불신이 생기면 앞에선 따르겠지만 돌아서서 비웃는다. 기술보다 선수들의 마음을 읽는 것이 먼저다. 그래서 1대1 대화를 많이 한다. 혼을 내더라도 전체 미팅에서 혼내는 건 그 선수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니 안 보이는 데서 해야 한다.”

-성격에 따라 지도법이 다르면 원칙이 불분명한 것 아닌가?

“내 지도법은 원칙주의가 아니라 맞춤형이다. 지금도 내 야구가 꼭 맞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안 그러면 권위적이 된다. 선수는 경기를 나가야 하니까 권위적이어도 따를 수밖에 없다. 현역 시절 그런 불합리를 느꼈다. 최고의 분위기로 선수들이 야구장에 나가게 하는 것이 내 할 일이다. 선수들의 약점을 다루는 것은 그 다음 일이다.”

-그러다보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겠다.

“속이 문드러질 때도 있다. 그러나 못 따라온다고 내가 내색하면 안 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눈치 보지 말라. 정말 미안하면 다음에 기회 오면 만회해주면 되는 것 아니냐. 져도 당당하라’고 말한다.”

○박흥식의 교육법②=“칭찬하라. 단순하게 가르쳐라”

-지도법이 독특하다. 영향을 준 사람들이 있다면?

“배워야 할 점과 내가 지양해야 할 점을 분명히 구분했다. 백인천 감독님한테는 열정을 배웠다. 다만 ‘나를 따르라’는 방식은 나와 달랐다. 이광환 감독님한테는 체계적인 야구를 배웠지만, 너무 세심하게 선수에게 접근하는 방식은 피했다. 현재 김시진 감독님한테는 자율 속의 책임감을 배웠다. 실제 넥센 염경엽 감독 같은 유형의 지도자가 생겨나고 있다.”

-그럼 코치가 할 일은 무언가?

“야구는 기술보다 멘탈이다. 2군이나 육성군이라면 다르다. 그러나 1군은 종이 한 장 차이의 실력으로 본다. 박병호를 보자. 기술이 갑자기 좋아졌겠나. 감독, 코치의 믿음이 자신감을 키운 것뿐이다. 칭찬해주고, 긍정적 마인드를 심어줬다. 박병호의 파워는 대한민국 최고다. 다만 약점은 선구안이다. 이것 한 가지만 꼬집어줬다. ‘이것도 안돼, 저것도 안돼’, 이러면 선수들이 헷갈린다. 기술적으로는 파워 포인트를 올린 것이 유일했다. 코치가 선수를 믿으면 선수는 따라온다.”

-타격코치가 아니라 멘탈코치 같다.

“맞다. 카운셀러가 내 꿈이었다. 지금도 코치하면서 카운슬러가 내 적성에 더 맞지 않나 싶다. 나는 현역 때 기술만 믿고 까불거렸다. 어린 선수들을 보면 내 현역시절이 생각난다. 야구장에선 악착같았지만 유니폼 벗은 다음이 게을렀다.”

-그래도 ‘아니다’ 싶은 선수가 있을 텐데.

“냉정할 때는 냉정해야 한다. 3번까지만 기회 주고 그래도 변화 없으면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관심 끊는다.”

박흥식 롯데 타격코치. 스포츠동아DB
박흥식 롯데 타격코치. 스포츠동아DB

○실패한 유망주에서 명 타격코치로!

대구·경북 출신인 박 코치는 신일고를 졸업했다. 가족이 미국 이민을 가 야구를 그만둘 상황에서 신일고 한동화 감독이 집까지 찾아와 입학을 권했다.

가족을 떠나 소년 박흥식은 서울행을 택했다. 한 감독의 집에서 2년을 기거했다. 지금도 박 코치는 한 감독을 은인으로 생각한다.“신일고 2학년 때 선린상고전에서 노히트노런까지 했다. 3학년 때 감독이 김성근 감독님으로 바뀌었다. 연세대에 가고 싶었는데 감독님의 강권으로 한양대로 갔다. 지금 생각하면 한양대에 가서 잘 됐다.” 롯데 김시진 감독과 SK 이만수 감독이 선배고, 삼성 류중일 감독이 박 코치의 후배다. 2학년부터 타자만 전업했다. 동기생인 고려대 선동열(현 KIA 감독), 연세대 이순철(현 KIA 수석코치)과의 인연은 평생을 가고 있다.

-아마에선 화려했는데 프로에 가서는 기대에 못 미쳤다.

“실패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MBC 입단 첫해부터 주전이었다. 부담이 됐다. 그러다 프로 3년째부터 2년 연속 3할을 치니까 자만을 해버렸다. 노는 데 정신이 팔리니 연봉은 삭감됐고. 1993년까지 하고 삭감 통보를 받자 그 돈 받곤 못하겠다고 했다.”

-거기서 야구 인생이 끝날 뻔했다.

“은퇴를 하자 지도자가 하고 싶었다. 미국 시애틀에 마침 재미야구인 이재우 감독님이 계셔서 트리플A 타코마에서 2년간 연수를 할 수가 있었다. 알렉스 로드리게스도 내가 키웠다.(웃음)”

시애틀에서 타코마까지 왕복 3시간 거리였지만 무급임에도 박 코치는 매일 들러서 배팅볼을 던져주고, 어깨 너머로 배웠다. 이 탓에 미국여행 한번 변변히 간 적이 없다. 그러다 삼성에 백 감독이 부임하면서 박 코치는 혈혈단신 귀국해 지도자 인생을 시작했다.

○“이승엽, 박병호, 서건창, 성공한 선수들은 절실함이 있다”

아내를 설득할 길이 없어 야반도주하듯 한국행 비행기를 끊고 와 버렸다. 삼성 2군 타격코치 시절, 김태균 정경배 신동주 최익성이 그의 첫 작품이었다. 이승엽과의 만남은 박 코치의 지도자 인생에서 터닝포인트였다.

-이승엽은 남달랐나?

“2군 코치 할 때 승엽이가 경산 숙소에 있었다. 실내연습장에서 밤새도록 배팅볼을 던져줬다. 노력하지, 인간성 좋지. 백 감독님과 중거리에서 장거리 타자로 변신시켰는데, 성공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선수가 성공할 것 같은가?

“박병호는 3년 안에 홈런왕이 된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일찍 찾아왔다.(웃음) 신고선수 테스트를 할 때도 나머지는 다 고개 숙이고 있을 때, 서건창만 나를 쳐다보더라. ‘너무 야구가 하고 싶다’, 그런 느낌을 받았다. 긍정적인 절실함이 있는 선수는 된다. 지금 롯데에서 김문호와 김대우도 그런 절실함이 느껴진다. 올해 안 되더라도 언젠간 된다. 기술적인 것은 어느 코치가 해도 비슷하다.”

-롯데 선수들은 착한데 멘탈이 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처음 넥센의 잡초들을 보다가 롯데 선수들을 보니 야구를 하려는 의지에서 실망스러운 때도 느꼈다. 그러나 마인드가 바뀌고 있다. 지금 롯데는 멀었다. 심지어 강민호도 그렇다. 다만 바뀌는 과정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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