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빨대로만 숨쉬니 40초 만에 공황장애 증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12일 코엑스서 정신건강박람회… 주요 프로그램 미리 체험해보니

본보 유근형 기자(가운데)가 채정호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오른쪽)와 허휴정 임상강사의 도움으로 스트레스를 간접 측정할 수 있는 심막동변이도(HRV) 검사를 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본보 유근형 기자(가운데)가 채정호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오른쪽)와 허휴정 임상강사의 도움으로 스트레스를 간접 측정할 수 있는 심막동변이도(HRV) 검사를 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고백하건대 기자는 ‘공황장애를 겪었다’는 연예인들의 말이 탐탁지 않았다. 자신의 슬럼프 극복기를 극적으로 포장하기 위해 부풀리는 걸로 여겼다. 이제 기자는 연예인들의 말에 의문부터 가졌던 점을 깊이 반성한다. 12일 개막하는 정신건강박람회의 주요 프로그램을 미리 체험한 뒤 그랬다.

○ 예상 밖 공황장애 체험과 상처


“1분 동안 빨대로만 숨을 쉬면 공황장애와 비슷한 증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채정호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커피 마실 때 쓰는 얇은 빨대를 줬다. 코와 귀를 막고 빨대로만 숨을 쉰 지 20초가량이 지나자 숨이 가빠오기 시작했다. 10초 정도 더 흐르니 시야가 뿌옇게 변했고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 공포가 밀려왔다.

일그러진 표정이 안쓰러웠는지 채 교수는 40초 만에 빨대를 뺐다. 실제 공황장애 환자들도 한다는 극복훈련이 이어졌다. “죽지 않습니다. 심장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배로 숨을 쉬세요.” 심장은 이내 평화를 되찾았지만 고통은 깊게 남았다. 채 교수는 “실제로 공황장애의 고통은 기자가 느낀 것보다 크다. 공황장애가 온 사람과 함께 있다면 복식호흡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극복을 돕는 아이스캔을 착용했다. 스키고글 모양의 아이스캔을 쓰자 화면에 점이 좌우로 움직였다. 점을 따라 눈동자를 움직이면 뇌 한쪽에 숨어 있던 상처를 끄집어내 재처리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했다. 기계에서 흘러나오는 설명에 맞춰 최근 가장 고통스러웠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대화를 나눴다.

수습기자 시절 악몽이었던 선배 A를 떠올렸다. 지금은 종종 술자리도 하며 사이좋게 지내 별 감흥이 없을 줄 알았는데…. 당시 스산했던 아침보고의 순간이 또렷이 기억났다. 허휴정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강사는 “수습시절 외상을 다 치유했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뇌 속에 남아있었나 보다”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스트레스를 간접 측정할 수 있는 ‘심박동변이도(HRV) 검사’였다. 평균수명이 약 10년 짧다는 기자가 직업이어서 ‘이야말로 나를 위한 검사구나’라고 느꼈다. 머리와 손목 등에 심박수와 뇌파를 측정하는 선을 연결하고 의사 지시에 따라 긴장을 늦췄다. 5분 만에 나온 결과는 부교감신경활성도(HF·78%)가 교감신경활성도(LF·22%)보다 높았다. HF가 높아 긴장을 이완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설명. 대개 정신질환자는 LF가 높고 일반인은 HF와 LF가 비슷하게 나온다고 했다. 뇌파도 안정을 뜻하는 알파파(45.9%) 비율이 가장 높았다.

○ 정신건강박람회 12일 개막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보건복지부가 12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정신건강박람회를 연다. 기자가 했던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힐링빌리지에서는 마약 알코올 도박 인터넷중독을 가상 체험해보는 부스가 설치된다. 정신건강 상담행사와 각종 강연회도 열린다.

힐링빌리지 체험을 주관하고 있는 최정석 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과 찾기를 꺼렸던 사람들이 조금 더 편하게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일반인들도 정신건강은 먼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는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채널A 영상]이경규-김장훈-김하늘 공황장애 호소 ‘혹시 나도…’



#정신건강박람회#코엑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