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낙태 옹호론 힘 받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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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4월부터 수술비용 전액 환불… 아일랜드 7월까지 합법화 추진

유럽에서 낙태 옹호론자들의 기세가 등등하다.

프랑스는 1일부터 낙태를 하는 여성은 비용의 100%를 의료보험에서 환불받는다. 프랑스에서는 18세 이상 여성의 경우 임신 12주까지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낙태 비용은 450유로(약 64만 원) 정도 드는데 지금까지는 80%만 의료보험에서 환불해줬다.

이와 함께 프랑스의 15∼18세 청소년 여성은 피임약도 의료보험에서 100% 환불받게 됐다. 정부 관계자는 “낙태비용 전액 환불과 피임약 무료 제공은 원하지 않는 임신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낙태 옹호론자들은 오래전부터 완전 의료보험 적용을 주장해왔다. 그러던 중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대선에서 “모든 여성이 낙태에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비용 전체에 대해 의료보험을 적용하겠다”고 공약했다.

유럽연합(EU)에서 유일하게 낙태를 완전히 불법화하고 있는 아일랜드도 7월까지 낙태 허용을 법제화할 계획이라고 최근 유럽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밝혔다.

엄격한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에서는 이를 놓고 찬반 논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 인도 여성이 임신 중 죽은 태아를 제거하는 낙태 수술을 하려 했으나 병원에서 거부당해 결국 패혈증으로 숨진 사건이 계기가 됐다. 이 사건은 의사가 불가피하게 낙태 수술을 해야 할 경우에도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이후 여성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한 낙태 찬성파와 종교계가 주도하는 반대파가 치열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현재 아일랜드의 낙태합법화는 가톨릭 신자인 엔다 케니 총리가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여당 내에서도 반대파가 있어 난관이 적지 않다. 아일랜드 대법원은 이미 1992년 산모의 생명이 위험할 때는 낙태를 허용하도록 판결했다. 하지만 이후 정부는 국민의 의견 대립이 너무 심하다는 이유로 입법을 회피해 왔다. 아일랜드 가톨릭교회 수장인 션 브레이디 추기경은 지난해 12월 “어떤 정부도 무고한 생명을 제거할 권리는 없다”며 신도들에게 정부의 낙태 합법화 계획에 맞설 것을 요구하는 성탄 메시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낙태#아일랜드#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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