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보다 재밌다’ 발칙한 책 광고… 북스피어 ‘눈의 아이’ 파격적 카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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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대표-독자가 벗는 모델 자처

북스피어 제공
북스피어 제공
흔히 네모반듯한 책과 함께 팔짱 낀 저자가 얌전하게 등장하는 도서 광고에 반라의 여성이 나온다면 어떨까. ‘합성 아니냐’는 말도 나올 만하다.

장르문학 전문출판사인 북스피어는 지난달 29일 발행한 자체 소식지 ‘Le Zirasi’(르 지라시·프랑스 신문 르몽드와 ‘지라시’를 합한 말)에 파격적인 책 광고를 실었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눈의 아이’를 읽고 있는 내의 차림의 남성이 소파에 앉아 있고, 그 앞엔 반라의 여성이 남성의 목을 감싸고 누워 있다.

여성의 유혹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남성의 머리 위로 붉은 글씨 ‘그거보다 재밌다’가 보인다. 여기서 ‘그거’는 뭘까? 뻔한 상상과는 달리 애초 ‘그거’는 다른 경쟁 출판사의 책을 가리키는 것이었다고 한다.

광고 아이디어는 광고 속 남성으로 직접 나선 북스피어 김홍민 대표(37)가 냈다. 최초의 광고 기획안은 다른 출판사의 편집자들을 연인으로 등장시켜 북스피어의 책을 읽게 하자는 것. 그렇게 서로 상대 출판사의 소식지에 모델로 나서자는 제안이었다. 그러나 다소 선정적인 설정 탓에 여성 모델 섭외가 쉽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출판사 편집자 대신 독자 한 명이 여성 모델을 자처했다.

촬영은 김 대표가 강의하는 출판수업 수강생이던 사진작가가 무료로 나섰다. “3시간 꼬박 수천 컷을 찍었는데 딱 한 장 건졌어요. 광고비요? 여성 모델이 예쁜 바지가 없다고 해서 청바지 한 벌 하고 머리 손질 비용을 합해 20만 원만 받더라고요.”

차기작도 나올까? “무엇보다 색다른 책 광고를 찍어보고 싶었어요. 책도 재미없다는데 요즘 책 광고까지 무색무취 아닙니까.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반응이 뜨거우면 다음 광고도 검토해 보겠습니다.”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
#북스피어#눈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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