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닌자고 파실분” 아빠 산타들 성탄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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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나흘 앞둔 21일 이마트 은평점 완구매장은 영업 시작 시간 40분 전인 오전 9시 20분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자녀들에게 블록완구인 ‘레고 닌자고’를 사주려는 부모 20여 명이 판매행사 첫날부터 줄을 늘어선 것이다.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에 사는 김성연 씨(37·여)는 “대형마트는 물론이고 남대문까지 뒤졌는데도 구하지 못해 오늘 판매한다는 신문광고를 보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마트 측은 사재기를 막으려고 1인당 1개씩만 살 수 있게 해 일부에선 부부가 각자 하나씩 사기도 했다. 이날 이마트 은평점에선 준비한 120개가 한 시간 반 만에 동 났다. 이마트 측은 24일까지 4일간 닌자고 판매행사를 연 결과 준비한 6만6000개가 모두 팔렸다고 전했다.

닌자고는 레고가 작년 1월 처음 출시한 시리즈 완구로 작년 ‘레드닌자’에 이어 올해는 두 번째 시리즈인 ‘그린닌자’가 판매되고 있다. 장난감 닌자 캐릭터가 등장해 악당을 무찌르는 내용의 ‘레고 닌자고’ 만화영화가 케이블TV 채널에서 방영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레고 닌자고는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둔 부모 사이에 ‘없어서 못 사는’ 장난감으로 꼽힌다. 가격이 비싼 데다 그나마 제품을 구하기도 쉽지 않아 닌자고를 사줄 수 있는지가 아빠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직장인 서지성 씨(36)는 “아들이 친구 아빠는 월급 타서 닌자고를 사주는데 우리 아빠는 안 그렇다고 불평해 요즘 밥값을 아껴 닌자고를 사주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닌자고가 품귀현상을 빚으면서 온라인에선 웃돈까지 붙어 팔리고 있다. 중고제품 매매 카페인 중고나라에선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인 ‘에픽 드래곤(사진)’이 대형마트(12만9900원)보다 비싼 14만∼16만 원대에 거래된다. 16만 원을 제시한 한 판매자는 “마트에서 못 구하는 데다 인기 상품이라 웃돈을 주고도 사간다”며 “할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카페에서 최근 한 달간 제목에 닌자고를 판다고 언급한 글만 1185개에 이른다.

오픈마켓에선 이 제품이 50%가량 비싼 19만∼20만 원에 팔린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사는 주부 김모 씨(35)는 “올해 닌자고 제품을 3개 사는 데 35만 원을 썼는데 내년에는 시즌3 ‘골드닌자’가 나온다니 한숨이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닌자고의 인기는 TV에서 레고 캐릭터가 그대로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이 방영되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레고코리아 관계자는 “장난감을 출시하고 3, 4개월 뒤 곧바로 만화영화를 방영한 점이 인기를 증폭시킨 요인”이라며 “아이들이 등장인물 캐릭터를 모아 역할 놀이를 할 수 있는 데다 캐릭터가 많아 수집 욕구를 자극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에서 최근 10년간 매년 12월에 가장 많이 팔린 장난감은 대부분 해당 시점에 TV에서 방영하는 만화영화 캐릭터 관련 제품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레고 닌자고 에픽 드래곤’과 지난해 ‘닌자고 불의 신전’이 대표적이다. 2003년에는 ‘토마스와 친구들 기차세트’, 2005년 ‘뽀로로 기차’, 2010년 ‘파워레인저 정글킹’ 등이 가장 인기를 끌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레고#닌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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